금융증권부 김채린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팻 핑거(Fat Finger), 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selling), 모럴해저드(Moral hazard).’

최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사고의 또 다른 이름이다.

6일 오전 삼성증권 주가는 개장 직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11%대를 넘나드는 주가 하락세에 10%이상 주식이 떨어질 경우 시행되는 변동성 완화장치(VI)도 5차례나 발동했다.

이재용 구속에도 이처럼 요동친 바 없던 삼성증권 주가에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가 역시 술렁였다. 증권가의 한 고위 관계자가 “이렇게 큰 규모의 배당 사고는 국내에서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면, 110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이번 사고의 규모를 체감하는데 도움이 될까.

사건의 발단은 담당직원의 팻 핑거. 당초 삼성증권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주가가 급락하자 “우리사주에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는 전산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께에는 “우리사주에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이 입력실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상황 파악 후 잘못 입력됐던 주식입고 수량을 즉시 정상화 했으나, 일부 직원들이 배당받은 주식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삼성증권은 오후 5시 30분께 “일부 직원계좌에서 매도됐던 501만2000주를 매수하거나 일부 대차하는 방식으로 전량 확보해 정상화했다”고 밝히면서 대고객 공지문을 통해 사과에 나섰다.

아쉬운 점은 1분, 1초 단위로 등락과 하락을 오가는 증권시장에서 삼성증권의 대응이 너무 느렸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9시다. 개장한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가는 급락했고, 삼성증권은 주가 급락의 정확한 요인을 파악하는데 4시간을 넘게 허비했다.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내놓는데 까지는 8시간 가까이 소비했다. 9일부터 피해자 구제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피해자 규모 파악을 진행 중인 것이지, 피해자를 위한 말끔한 해결책이 나온 것도, 해결이 된 것도 아니다.

삼성증권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걸린 4시간, 해결책을 내놓는데 걸린 8시간은 각각 분으로 환산하면 240분, 480분이다. 초로 환산하면 각각 1만4400초, 2만8800초다. 1초에 한 명씩만 삼성증권 사태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해도 2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또 다른 골자는 팻 핑거에 그칠 수 있었던 이번 사태가, 일부 직원들의 주가 매도 행위로 네이키드 숏셀링과 모렐해저드 논란까지 불러왔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다만 실수가 과실이 되고, 과실이 고의가 되는 것은 찰나다. 실수와 고의는 큰 차이다. 법률도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경우 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의 결과 발생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 결과가 발생하도록 한 경우를 말한다.

‘신뢰’를 담보로 업무를 진행하는 금융권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해당 직원이 바로 자신의 실수를 상부에 보고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사건 발생 직후 주식을 매도했던 직원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뭔가 잘못됐다는 점을 알렸다면, 최소한 ‘모럴해저드’라는 도덕적 비난은 피해갈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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