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 우선협상자가 지난 21일 결정되었다. 당초 열세라는 전망을 뒤집고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민간펀드인 산업혁신기구,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군이 선정되었다. 도시바는 성명을 통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1) 가치 측면에서나 2) 임직원 고용승계, 3) 민감한 기술 일본 유지 면에서 가장 좋은 제안을 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도시바는 오는 28일 매각 협상에 최종합의하고 2018년 3월 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전은 4차산업혁명의 기술적 핵심인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과 중국, 미국, 일본의 ‘반도체전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도시바 반도체의 주력제품인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빅데이터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저장메모리로, 향후 4차산업혁명에서 그 수요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매년 삼성전자는 1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3D 낸드 한 분야에 쏟아 붓고 있고, 중국 ‘반도체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칭화유니그룹 역시 가장 먼저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3D 낸드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중국은 처음부터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2016년 일본 샤프를 인수하였던 대만 혼하이그룹은 3조엔이라는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 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일본과 미국 정부가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혼하이그룹은 대만기업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굴기’ 전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인수전 초반부터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 결국, 향후 전개될 IT산업의 발전 로드맵상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를 차지하기 위한 한중미일의 경쟁에서 중국이 가장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일본과 미국, 한국은 이번 반도체 전쟁에서 사실상 소기의 목적을 상당히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주도하였던 일본은 한국 반도체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2년 엘피다가 결국 파산을 선언하여 반도체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을 해외기업에 매각하지 않고 일본 내에 유지하게 됐다는 점은 일본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상당기간 보유하게 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미국 역시 이번 인수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 즉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에게는 안정적인 반도체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다. 따라서, 도시바의 반도체사업부가 경쟁력을 유지하며 기존의 낸드 플래시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미국 IT기업들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이 아닌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것이 삼성전자에게도 훨씬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반도체업체들에게 잠재적인 위협은 중국업체들이다. 강력한 국가자본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그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에, 무리한 금액을 제시해서라도 인수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인수전 결과는 한국 업체들의 반도체시장의 독주를 상당기간 연장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또한, 이번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숨어있는 진정한 승자는 바로 SK하이닉스라 할 수 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 컨소시엄의 전면에 나섰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기술 유출이라는 측면을 내세워 인수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2조 엔이라는 빅딜에서 자금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일본 국책은행과 일본 기업들과의 협력 하에 미국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전략을 택한 것은, SK의 절묘한 승부수였다. SK하이닉스는 3000억 엔을 미국 특수목적회사에 융자형태로 투자하고, 수년 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형식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의 파트너들이 FI(재무적 투자자)들인 점을 고려해보면,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도시바의 의미있는 경영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3D 낸드부문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도시바와의 협력이 낸드 플래시메모리부문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전망이다. 

이번 도시바의 인수를 둘러싼 한중미일의 반도체전쟁을 통해 왜 전세계가 반도체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SK그룹의 현명한 전략이 한국의 반도체산업 순항을 강하게 지속시켜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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