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테크기업①] “0.001mm 차이가 경쟁력”···DN솔루션스, 공작기계 한계를 깨다

소재 변화에 맞춘 초정밀 공작기계 개발로 주목 항공·방산 수요 확대···자동화 통한 생산성 제고

2025-11-25     김재한 기자
1대의 장비에서 선삭·밀링을 한 번에 처리하는 복합가공기 DVF 8000T. [사진=DN솔루션즈]

최근 한국의 항공·방위산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테크기업들을 조명하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기술과 기업의 전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소재 혁신이 공작기계 산업의 판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복합재와 초합금 사용이 급증하면서 기존 장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공 난제’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항공·방산 제조업 전반이 새로운 소재 혁신을 요구받는 가운데 금속을 0.001mm까지 가공하는 초정밀 가공기술을 보유한 DN솔루션즈가 이러한 소재 혁신에 따른 첨단 가공 해법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복합재가 불러온 가공 전쟁

항공기 시장은 보잉 787과 에어버스 A350이 세상에 나오면서 큰 변곡점을 맞았다. 동체와 날개 절반 이상이 탄소섬유 복합재(CFRP)로 채워지면서 항공기는 더 가벼워지고 연료는 덜 쓰게 됐다. 덕분에 항공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운항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복합재는 장점만 있는 꿈의 소재가 아니다. 다른 금속과 맞닿으면 전기적 차이 때문에 ‘갈바닉 부식’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알루미늄과 맞닿으면 알루미늄이 급속도로 부식해 높은 하중이 걸리는 부위에는 알루미늄을 그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이 자리를 자연스럽게 대신한 것이 타이타늄 합금이다. 타이타늄은 ‘강철보다 가볍고, 녹이 거의 슬지 않으며, 고온에서도 힘이 잘 빠지지 않는’ 재료다. 지금은 날개와 동체를 잇는 피팅, 착륙장치 주변 구조, 엔진을 날개에 고정하는 파일런, 그리고 각종 프레임·조인트 등 핵심 연결부에 타이타늄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항공기 경량화의 한 축이 복합재라면, 다른 한 축은 타이타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가공이다. 타이타늄은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깎을 때 생기는 열이 공구에 그대로 쌓여 공구를 빠르게 마모시키고, 탄성도 커 절삭 중 진동으로 정밀가공을 어렵게 한다. 한 마디로 ‘잘 안 깎이고 공구만 닳게 만드는 재료’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절삭 속도와 이송을 무리하게 올릴 수 없고, 높은 토크와 강성을 가진 장비와 강력한 냉각시스템, 그리고 절삭 시 발생하는 금속 조각인 칩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는 공작기계가 필수다.

이런 가운데 부품 크기와 형상도 복잡한 경우가 많아 1대의 장비에서 선삭·밀링을 한 번에 처리하는 복합가공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DN솔루션즈의 DHF 시리즈와 DVF 8000 시리즈가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들 장비는 타이타늄처럼 열과 진동 관리가 까다로운 재료도 안정적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공구 관리·자동 위치 보정 기능을 더해 공구 교체와 셋업 시간을 줄여 항공부품 공장의 전체 생산성을 높여준다.

항공 부품 가공에 최적화된 HFP 1540 5축 수평형 머시닝센터. [사진=DN솔루션즈]

◇ 엔진 열에도 견디는 ‘니켈계 초합금 가공’

기체만 바뀐 것이 아니다. 엔진 속 재료도 완전히 달라졌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들은 연료를 더 적게 쓰고,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터빈 입구 온도(TIT)를 꾸준히 끌어올려 왔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은 좋아지지만, 일반 금속은 그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늘어나거나 약해진다.

그래서 엔진 내부, 특히 가장 뜨거운 구간에는 니켈계 초합금,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재(CMC), 타이타늄 알루미나이드(TiAl)와 같은 고온용 재료가 들어간다. 이 가운데 니켈계 초합금은 섭씨 1000도가 넘는 온도에서도 강도와 내구성을 유지하고, 산화·부식에도 강해 ‘고온부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니켈계 초합금 역시 가공이 만만치 않다. 절삭하면서 표면이 더 단단해지는 가공경화가 심하고, 점성도 높아 절삭 칩과 재료가 공구에 들러붙기 쉽다. 또한 절삭 과정에서도 열이 많이 쌓여 공구 수명이 빠르게 줄어든다.

이러한 니켈계 초합금도 제대로 가공하려면 높은 출력과 토크의 스핀들, 열 안정(Thermal stability)을 고려한 기계 구조, 그리고 초고압 냉각시스템이 필수적이다. DN솔루션즈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DHF 8000과 VTR 1216 등을 개발해 니켈계 초합금을 안정적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했다.

◇ 생산성 높이는 자동화 공작기계

생산성을 높이는 자동화도 추세다. 최근 수년간 A320neo, B737 MAX 같은 신형 항공기 주문이 쏟아지면서 항공기 제조사는 최대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인도 지연이 계속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부품 업체들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부품을, 더 높은 정밀도로 뽑아 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복합재 비중이 커지면서 동체와 날개 구조는 더 커지고, 금속으로 된 연결 부품은 더 크고 강한 단일 구조물로 바뀌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공작기계 분야에서는 더 긴 가공 스트로크와 더 높은 강성, 더 안정적인 열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품 하나를 가공하는 데 수십 시간씩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한 번 셋업하면 기계를 멈추지 않고 돌릴 수 있는 자동화가 중요해졌다.

여기에서 ‘팔레트 자동 교환 장치(APC)’와 ‘대용량 공구 자동 교환 장치(ATC)’ 시스템이 힘을 발휘한다. 여러 개의 팔레트에 공작물을 미리 올려두고, 기계가 스스로 다음 팔레트를 불러 가공하도록 하면 ‘사람이 없는 시간’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간다. 공구 역시 수십, 수백 개를 자동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해두면 야간·주말에도 장시간 무인 가공이 가능하다.

DN솔루션즈의 HFP 시리즈와 DHF 시리즈는 이러한 항공부품 생산 환경을 겨냥한 장비다. 특히 HFP 시리즈는 수평형 구조와 드럼 타입 컨베이어, 발전된 냉각시스템을 통해 많은 칩이 발생하는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DN솔루션즈, 항공·방산 혁신의 ‘보이지 않는 동력’

이처럼 오늘날 항공기 제작 현장에서 주목할 변화는 복합재와 고효율 엔진이다. 이는 곧 공작기계 산업의 기술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타이타늄과 니켈계 초합금과 같은 난삭재를 버텨내는 고강성 공작기계, 긴 시간을 버티는 스핀들과 기계 구조, 그리고 자동으로 공작물을 갈아 끼우고 공구를 교환하는 자동화 시스템 등이 이러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DN 솔루션즈가 있다. 신소재가 등장할수록, 항공기가 더 빨리, 더 많이 필요할수록 DN 솔루션즈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