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령’에 K식품 ‘러브콜’···대체수요 ‘훈풍’ 어디까지

정치·외교 변수 격랑 속 中시장 공략 시험대 면세업계 회복 기대·리스크 관리 ‘이중과제’ 유통가, 日 공백 겨냥···반사 효과 지속 필요

2025-11-26     박재형 기자
[사진=프리픽, 그래픽=박재형 기자]

[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한일령’ 여파로 중국 내 일본 공급망 공백 가능성이 거론되자 국내 유통산업 수혜권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산 식음료뿐 아니라 생활·소비재 전반의 수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 공급처 확보 움직임이 확산되고, 국산 제품이 지리적 접근성과 안정적 물류 여건을 기반으로 우선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여행 자제령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 검토 등 대일 강경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공급망에 변수가 생길 경우 일본산 비중이 높았던 품목을 중심으로 대체 수입 검토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생활·식품·가공품 등 일상 소비재는 공급 차질 시 즉각적인 대체가 필요해 생산 기반과 물류 접근성이 높은 국산 제품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식품 기업들은 현지 시장 내 경쟁 구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중국 제과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와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이고 있어 중국 내 반일 기류가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과자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할 경우 탄탄한 영업망과 현지화 전략을 갖춘 오리온이 추가적으로 매대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삼양식품 역시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주자다. 중국 수입 라면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던 일본 라면 브랜드가 오염수 등 부정적 이슈로 주춤한 사이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K라면이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어, 일본 제품 이탈에 따른 반사이익이 즉각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식품뿐 아니라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이 현실화되면서 관광·쇼핑 수요가 인프라가 갖춰진 우리나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업계는 일본 노선을 포기한 관광객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내 반중 정서와 안전 문제로 현지 쇼핑을 꺼리는 중국인들이 국내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릴 경우 침체됐던 매출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 역시 주요 관광 상권의 유동 인구 증가를 예상하며 일본행을 취소하고,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소비자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국 제품을 우선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 단기 공급 차질만으로 즉각적인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내수 경기 부진도 소비 전환 속도를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유통가는 시장 반응과 정책 흐름을 확인하며 대응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한일령 사태가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일본 브랜드를 앞지를 수 있는 적기라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안정적인 유통망과 인지도를 구축한 기업일수록 일본 경쟁사가 위축될 틈을 타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다. K푸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현지 사회 분위기에 맞춘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친다면, 일본 제품이 차지했던 시장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사태가 본질적으로 변수가 많은 정치·외교적 갈등에서 발생한 만큼 상황이 급변할 경우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과거 대량 구매에서 실속형 개별 소비로 전환됐고,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궈차오(애국소비)’ 트렌드도 여전해 막연한 특수를 기대하고 중국 시장에 ‘올인’하는 전략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일령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시장과 한일령 모두 정치·외교 변수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특정 시장 의존도를 키우는 전략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