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 ‘4배’ 증가?···“AI 전환 더디고 해외 의존 높아 재검토 필요”

개인 해외 빅테크 플랫폼 의존 및 주간 피크·야간 저부하 반영해야 제조업 AI 도입 지연·인력난 지속···산업용 연산 수요 국내 유입 제한적

2025-11-25     노태하 기자
현대건설이 준공한 용인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현대건설]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가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8년 30TWh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가운데 AI 활용 실태, 제조업 AI 전환 지연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수요 폭증 가정 자체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치는, 해외 빅테크 서비스 의존이 높고 국내 서비스의 주간 피크·야간 저부하 특성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5년 8.2TWh에서 2038년 30TWh로 약 3.7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추세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로 한전에 제출된 전기사용신청 중 ‘공급가능’으로 판정된 사례를 반영해 실제 건설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센터를 수요에 포함시켜 계산한 결과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전력수요를 급증시킨다는 통념은 점검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AI 이용이 크더라도 상당 부분은 미국 빅테크의 해외 데이터센터를 쓰는 구조여서 국내 전력수요로 일괄 치환하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국내 AI 서비스는 이용자 대부분이 한국 내에 있어 주간 피크·야간 저부하 패턴이 뚜렷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GPU가 24시간 상시 100%로 돈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며 현실 가동률을 적용하면 추가 발전설비 필요 규모 역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이 지난 9월 18일부터 9월 30일까지 20대부터 50대 직장인 1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AI·AX 솔루션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6%가 업무에 AI 툴을 활용하고 있지만 사용 툴은 챗GPT(85%), 제미나이(36%), 퍼플렉시티(27%), 코파일럿(1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사용자 상당수가 미국계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이용자가 외국계 AI 서비스를 사용하면 실제 연산은 모두 미국, 싱가포르, 유럽 등 해당 기업이 구축한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에서는 접속을 위한 네트워크 트래픽만 발생할 뿐 전력 소모와 서버 부하는 해외 센터에서 집중된다.

최근에는 국내 제조 산업 전반의 AI 활용이 통념보다 훨씬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제조업에서 AI 수요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데이터센터로 유입될 산업용 연산 수요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기업의 82%가 아직 AI를 경영·생산 공정에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인력 부족(81%), 투자 부담(74%), 효과성 불확실성(61%)이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전환에는 단순한 시스템 도입을 넘어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라벨링 작업, CCTV 및 설비 구축, 데이터 정제, 공정 맞춤형 알고리즘 설계 등 복합적인 절차가 요구돼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 AI 인재 풀 역시 2만명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국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순유출까지 발생하고 있어 기업이 필요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제조업의 AI 도입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산업 전반에서 AI 기반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 역시 현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