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차 퇴출 가속···영세 부품업계 ‘생사 기로’

2035년 내연차 중단 임박···중국산 저가품도 발목 정책 대기업에 몰려 영세 2·3차는 지원 사각지대 부품업계 “퇴출 절대 안돼··· 파워트레인 병행해야”

2025-11-25     노해리 기자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전기차 부품 전환에 투자하는 데 한계가 많죠. 그렇다고 해외 수출이나 대체 거래처를 찾으려 해도 네트워크가 없어 어려움이 큽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최근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발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최종 확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본격화됨에 따라,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신차 판매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이 닥치자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생존 갈림길에 놓인 처지가 됐다. 정부는 전기차 전환과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소·영세 부품업체들은 기술 전환 부담과 내연차 수요 급감, 중국산 저가 부품 공세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품업계에서는 수백명 규모의 중소기업 직원 감축, 폐업 고민 등이 잇따르고 있다.

◇지원 대기업에 집중···中 저가 공세까지 ‘죽을맛’

가장 타격이 큰 건 2·3차 영세 협력업체들이다. 업계는 “전동화 부품 개발 인력 충원과 설비 투자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정부 정책과 지원금이 주로 1차 협력사에 집중돼 실질적 지원을 받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과거 25만명 이상이 종사하던 자동차 부품 산업은 이미 전기차 전환이 시작된 2021년 이후 업체와 고용 규모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는데,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자본과 규모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은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간간히 정부 지원이 있었으나, 1차 협력사 중심의 지원 정책으로 2·3차 협력사는 실제 지원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다반사다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저가 부품 공세도 부품업계를 울린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자동차 부품은 이미 품질 대비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배터리 부품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국내 부품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들 제품은 국내 시세의 절반 이하”라며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내연차 수요 확 줄었지만, 멈추지도 못해

한편 전기차 중심의 신기술 투자가 중요해지면서 부품업계의 재정 및 인력 부담도 커졌다. 제조업 특성상 중소·영세기업이 많아 신기술 대응을 제때 하지 못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 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카 기술 확대로 IT 기술을 가진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한때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던 내연기관차 부품 주문이 급감해 직원 수를 줄이고 설비 가동률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며 “전기차 부품은 개발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장의 생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 부평 지역 부품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GM 부평공장 철수설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이며, 이 중 70% 이상을 한국GM에 의존하는 업체만 135곳이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납품처를 잃을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할 전망이다. 한 부품사 대표는 “부품 수요가 사라지면 수백명의 직원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금융 확대···“감축 속도 조절이 답”

정부는 지난 4월 올해 자동차 부품업계를 위한 정책금융을 15조원으로 확대하고, 수출 물류비 지원, 세액 공제 및 R&D 투자 강화, 긴급 경영 안정자금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이 단숨에 완결될 수 없는 만큼, 단계별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KAMA(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특히 중소 부품업체의 도산 우려가 제기되며 산업 생태계 붕괴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충전 인프라 확대와 내연기관차 및 부품업계 보호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절실히 마련해야 한다”며 “​수송부문 감축량 목표는 유지하되 감축비중 조정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태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차, 탄소중립 연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