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찾다 주담대 한도 깎일라···마통의 역설

마이너스통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도 전체’ 심사 기준에 반영돼 급전 필요 시 ‘사용액 기준’ 부채 잡히는 ‘일반 신용대출’ 부담 적어

2025-11-24     전주영 기자
[사진=ChatGPT 생성]

[이뉴스투데이 전주영 기자] 연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자, 갑작스러운 생활비나 이사비 등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우선적으로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모두 심사가 까다로운 상황에서, 비교적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이 ‘응급 자금통로’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설정한 한도 전체가 부채로 잡히는 구조여서, 정작 더 큰 규모의 주담대를 받을 때 치명적인 제한 요인이 된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화된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심사상 금리’가 실제보다 1.5%포인트 높게 반영되면서,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원리금 상환액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확대됐다.

◆ 왜 신용대출보다 마통이 더 불리한가

마이너스통장이 신용대출보다 불리한 이유는 DSR 반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실제 빌린 금액 기준으로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은 ‘언제든 사용 가능한 전체 한도’를 빌린 것으로 간주해 상환액을 계산한다. 같은 300만~500만원이 필요한 상황이어도, 신용대출은 실사용액 기준으로 부담이 산정되지만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전체가 반영돼 주담대 여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예를 들면 연소득 5000만~6000만원대 차주가 기존 부채 없이 스트레스 DSR 기준으로 주담대를 심사받을 경우 보통 2억원대 후반~3억원대 초반의 대출 가능액이 나온다. 이런 조건에서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잡혀 있으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3000만~5000만원 정도만 있어도, 이 한도 전액이 부채로 간주돼 DSR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담대 한도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1억원 가까이 줄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마이너스통장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심사는 ‘한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는 동일하다. 비상금 목적으로 열어둔 5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 하나가 2~3억원 구간에서 출발하는 주담대 여력을 크게 잠식하는 셈이다.

여기에 카드론까지 보유한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카드론은 금리가 높아 DSR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올해 6·27 대책으로 신용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카드론과 마이너스통장을 함께 보유한 차주는 주담대 심사에서 불리함이 더욱 커졌다.

◆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러한 영향은 연말 대출 환경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일부 은행들은 총량 규제로 인해 실제로 주담대 접수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주담대와 타행대환(주담대·전세·신용대출) 접수를 22일부터 중단했고, 창구 신규 실행도 24일부터 제한한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실행 예정 주담대 접수를 중단하기로 했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우대금리 조정이나 한도 축소 등으로 취급 자체를 줄이고 있다.

또한 남아 있는 여신은 중·저위험군 소비자에게 우선 배분되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카드론 등 기존 부채가 많은 차주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담대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은행 상담 이전에 먼저 자신의 부채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이너스통장 보유 여부와 한도 규모, 카드론 및 기타 신용대출 보유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축소나 해지만으로도 DSR이 즉시 낮아지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다만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하거나 한도를 줄일 경우 일부 은행에서는 이후 재개설이 어렵거나 한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의 선택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급전 수요가 명확하다면 한도 전체를 반영하는 마이너스통장 보다, 사용액 기준으로 부채가 잡히는 일반 신용대출이 오히려 부담이 적을 수 있다. 금리 자체는 마통보다 약간 높을 수 있지만, 한도 전액이 부채로 잡히는 구조적 불리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한도 전체가 상환 부담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주담대를 고려한다면 사전에 이런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말처럼 심사 기준이 강화되는 시기에는 부채 구성에 따라 결과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