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흔들린 금·은···개미들의 선택은?
목적·리스크 선호 따라 차이···“기간이나 위험 감수 수준 맞춰 분산 전략 세워야”
[이뉴스투데이 전주영 기자] 달러 강세 속에서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은 시세는 산업 수요와 경기 전망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며 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변동성이 큰 은의 경우 단기 수급에 따라 투자 방향이 크게 갈린다. 최근 은행권이 골드바, 골드뱅킹 등 금·은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개인 투자자의 선택 폭도 넓어지고 있다.
◆ 투자 고민이라면 판단 포인트는 ‘목적 리스크 선호’ 차이
17일 국제 금 시세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흐름을 나타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제 금 시세는 트로이온스(oz)당 약 4091달러 수준으로 고시됐고, 국내 순금 1돈(3.75g) 시세는 약 83만 9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제 은 시세는 같은 날 온스당 약 52달러 중반 수준에서 거래되며 변동성을 이어갔다. 국내 실물 기준으로는 은 1g 시세가 2300원대에서 형성돼, 산업 수요·경기 전망에 따른 등락이 지속되고 있다.
금은 전형적인 ‘안전자산’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국제 분쟁, 달러 강세 등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금에 자금이 몰린다. 특히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확대하면서 금값을 지지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4년부터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전략으로 금 매입을 늘린 영향도 크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금리·물가 전망이 엇갈리는 구간에서도 금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편이다.
반면 은은 ‘산업용 수요’가 절대적이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스마트기기 등 제조업 원자재로 쓰이며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기지표나 중국 제조업 회복 전망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기 때문에, 단기 수급에 따라 매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은값이 온스당 50달러 선을 넘나들고, 국내 실물 기준 1g 시세가 2300원대에 머무르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금과 은을 두고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판단 포인트는 ‘목적과 리스크 선호’에 따라 달라진다. 장기 자산보전과 안전판 역할을 기대한다면 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수익을 노린다면 변동성이 크더라도 은을 일정 비율로 편입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은 방어형, 은은 공격형 자산 성향이 뚜렷하다”며 “개인 투자자는 본인의 투자 기간과 위험 감수 수준에 맞춰 분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금·은 모두 일정 부분 분산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 바람직
시중은행들도 금·은 투자 수요 확대에 맞춰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개인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실물 매입부터 계좌 거래, 신탁형 상품까지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상품 구조와 비용, 보유 방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금 실물 신탁 상품을 도입했다. ‘하나골드신탁’ 상품은 △고객이 보유한 금을 은행을 통해 처분하는 ‘하나골드신탁(처분)’과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고 일정 수익을 얻는 ‘하나골드신탁(운용)’으로 구성됐다. 처분 상품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산정한 시세를 적용받아 은행에서 손쉽게 판매할 수 있고, 운용 상품은 감정가 기준 약 1.5% 수준의 운용수익을 금 실물과 함께 돌려받는 구조다.
이런 방식은 기존 은행의 계좌형 금 투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유만 하던 금을 은행을 통해 수익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하나은행은 취급 지점을 167곳까지 확대했으며, 금 운용 상품은 4회차 판매분(40억원 한도)이 반나절 만에 완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계좌형 상품인 ‘골드뱅킹’을 중심으로 금 투자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골드뱅킹은 실물 인출 없이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는 통장식 상품이다. 소액으로도 접근할 수 있어 금 투자 입문자, 꾸준히 적립식으로 매수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실물 인출도 가능하지만 매입·매도 시 수수료(매입 1%, 매도 2%)가 발생하며, 금 시세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 변동도 영향을 미친다.
은(실버) 상품은 금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실물 은바 형태의 구매가 가능하다. KB국민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과 한국금거래소에서는 순도 99.99%의 은(실버바) 실물을 100g·500g 단위로 판매한다. 가격은 국제 은 시세와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매일 고시되며, 최근 국내 기준 1g 가격은 23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실물 은은 금보다 무게 대비 가격이 낮아 진입 장벽이 낮고, 태양광 패널·전기차 등 산업 수요가 많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익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다만 변동성이 크고, 매도 시 수요처가 제한적이라 환금성 측면에서 금보다 불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은 모두 일정 부분 분산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은 지정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은은 제조업 회복기 단기 수익 기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