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군 MH-60R 헬기, 국산 경어뢰 무상 통합 추진
MK 54 경어뢰 도입 지연···‘반쪽 전력화’ 논란 해군, 30여발 우선 도입 및 청상어 통합 추진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해군이 도입 중인 신형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에 국산 경어뢰인 ‘청상어’를 별도의 통합비용 없이 무상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산 무기를 해외산 무기에 무상으로 통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5일 사업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무상 통합은 현재 일부 MH-60R이 해군에 도입된 가운데 탑재할 미국산 경어뢰인 MK 54의 공급이 지연되자 ‘반쪽 전력화’ 논란과 함께 대잠 전력 공백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앞서 해군은 지난 7월부터 P-8A 6대를 실전에 투입한 데 이어, 현재 6대가 도입된 MH-60R은 내년 3월까지 6대를 더 도입해 총 12대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대잠항공기에 장착될 MK 54 경어뢰가 아직 인도되지 않아 작전 운용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해군에 따르면, 이 중 P-8A는 항공기 1대당 어뢰 4발을 탑재하도록 설계된 가운데 총 31발의 MK 54를 도입할 계획이다. MH-60R도 1대당 2발의 어뢰를 장착할 예정으로 총 31발을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단 1발도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현재 확보된 MK 54도 미 해군이 올해 12월까지 제공하기로 한 6발에 불과해 본격적인 전력화 시기는 2027년 이후로 전망된다. 더욱이 MH-60R의 경우는 완전한 무장 운용이 가능한 시점이 2029년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이들 대잠항공기가 ‘무기 없는 무기체계’가 된 이유는 미 국방부의 ‘탄약 우선 공급 정책(DoD Ammunition Supply Prioritization Policy)’에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 회원국과 우크라이나를 1·2순위로, 그 외 동맹국을 3순위로 지정해 주요 탄약의 대외 공급을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탄약 납품에서 후순위로 밀려 구매 대금을 이미 지불했음에도 미 국방부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탄약을 제때 인도받지 못하는 ‘계약상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P-8A와 MH-60R 모두 미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됐다. FMS는 가격과 납기, 품질 등의 협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납품이 지연되더라도 지체상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계약금 전액을 지급했지만, 납품 일정은 전적으로 미 정부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 해군의 글로벌 공급망이 전시 우선체계로 전환되면서,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탄약 납품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며 “어뢰 공급이 늦어지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잠 전력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전략적 균형과 직결되는 만큼 단기간의 공백이라도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P-8A는 고고도에서 광범위한 해역을 비행하며 해상 감시와 대잠수함 탐색·공격을 수행하는 주력 항공기로, 미 해군도 운용하는 최신 해상초계기다. 또한 MH-60R은 함정에서 이륙해 잠수함 탐색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입체적 대잠 항공 전력이다. 한 마디로 현재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력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MK 54 경어뢰 납품 지연에 대해 단순한 납품 지연이 아닌 FMS 방식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 군의 주요 첨단 무기체계가 미국으로부터 FMS 방식으로 도입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전력화 일정이 좌우되는 구조적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군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복수의 대응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우선 30여발을 획득해 장착하고, 청상어 어뢰를 시호크(MH-60R)에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다”면서 “2027년경이 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2가지를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상어는 LIG넥스원이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324mm급 경어뢰로, 현재 구축함·초계함·잠수함 등에서 이미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대신 미국산 P-8A와 MH-60R에 탑재해 운용하려면 호환성 검증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변경, 투하, 안전성 검증, 인증, 법적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통합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군은 P-8A에 청상어를 통합하려고 했지만, 통합비용이 약 1000억원에 달해 통합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