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센트블록 “샌드박스서 길 닦았더니 뺏겼다”···대체거래소 공정성 논란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국감서 박범계 의원 주장 ‘스타트업’ 자료 활용 정황···공정경쟁 훼손 문제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대전발 핀테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추진 중이던 장외거래소(대체거래소·NXT) 인가 과정에서 대형 금융기관이 불공정 경쟁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성과 영향력을 가진 기관이 스타트업의 혁신 시장에 진입해 주도권을 빼앗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혁신 제도화의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인가 추진 과정에서 혁신금융서비스 기업 루센트블록의 내부 자료가 경쟁 인가 준비에 활용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는 법 위반 이전에 신의와 상도의 문제이며, 스타트업의 노력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수익증권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자등록하고 이를 투자자 간에 유통하는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2021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대전 지역 유일의 핀테크 기업이다.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환경 속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시장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적 지방 금융혁신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논란의 핵심은 루센트블록이 넥스트레이드와 기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인가 참여를 검토하던 중, 넥스트레이드가 계약을 파기하고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독자적으로 인가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루센트블록이 제공한 재무상태표, 사업계획서, 주주명부, 기술 역량 등이 경쟁 준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넥스트레이드는 증권사들이 주주로 참여한 공공성을 가진 기관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자료를 활용해 경쟁자로 나서는 것은 불공정의 극치”라며 “이는 구단주가 자기 구단 선수들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억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직 인가 신청이 공식 접수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와 그 컨소시엄에는 인가 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게 되어 있으며, 외부 평가위원회가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점만으로는 구조적 불공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 역시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가 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는 마치 심판이 직접 경기장에 뛰어드는 격”이라며 “정부가 제3의 벤처 열풍을 일으키겠다고 하면서 스타트업의 시장 기회를 대형 기관이 가로채는 것은 혁신 취지를 훼손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규제 샌드박스 이후의 제도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얼마나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서 금융혁신을 실증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샌드박스 단계에서는 스타트업이 혁신을 입증하지만, 제도화 단계에서 대형 기관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되면 지역 혁신의 의미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인가 절차의 공정성 확보와 정보 활용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수 있을지 혁신 생태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