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방위산업 룰 바뀐다···‘방산 4사’ 신의 한 수는?

서울 ADEX서 AI 기반 시스템 대거 공개 유도무기·지휘통제시스템·무인차량 등 다양

2025-10-22     김재한 기자
LIG넥스원이 전시한 지능형 통합 지휘통제체계. [사진=김재한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인공지능(AI)이 항공·방위 산업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미래 전장을 지배할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K방산 4사’도 AI를 중심으로 전략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서울 ADEX 2025’에서 선보인 이들 방산 4사의 AI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스스로 판단·분석·결정하는 ‘지능형 무기체계’로의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화, AI 영상분석 기술 경쟁력 주목

우선 한화는 ‘미래를 위한 AI 디펜스(AI Defense for Tomorrow)’를 주제로 ADEX 2025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첨단 무기체계를 다수 공개했다. 지상 부문에서는 AI가 표적을 자동 탐지하고 정보 공유·타격까지 수행하는 배회형 정밀유도무기(L-PGW)가 첫선을 보였다. 또한 K9A3 자주포는 AI 기반 무인화 기술을 통해 1대의 사격지휘장갑차가 최대 3문의 자주포를 자율 통제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

해양 부문에서는 AI가 표적을 자동 인식하고 교전 상황을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전투 판단을 지원하는 ‘스마트 배틀십’을 선보였고, 우주 부문에서는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0.15m급 초고해상도 영상레이다(SAR) 위성과 AI 영상분석 기술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AI 영상분석 기술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전에는 판독관이 위성 영상을 직접 확인했지만,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해 더 높은 정확도를 확보하고 있다”며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품질 데이터로 AI 학습의 정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 완성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AI 영상 분석을 개발하는 단계에 들어섰지만, 한화의 기술 수준은 이들보다 한층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로템, AI 기반 무인차량으로 진화

현대로템은 ‘지상에서 우주까지,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빌리티 구현’을 주제로 지상무기체계와 항공우주 분야, AI·수소모빌리티까지 디펜스 설루션 부문의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그중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와 수소연료전지 기반 플랫폼 ‘블랙 베일’은 모두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전기차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GPS 기반 경로 자율주행, 인물 자동 추적·회피 주행, 야간 작전용 고감도 센서 등 AI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중 HR-셰르파는 배터리 기반 전기추진 시스템으로, 최대 시속 100km로 주행이 가능하고, 독립 바퀴 구동 방식과 야지에서 타이어가 터져도 다른 바퀴들로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해 전장 환경에서도 뛰어난 기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장착 장비에 따라 정찰, 물자 수송, 부상병 후송, 화력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HR-셰르파의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우리 군이 한국의 지형과 임무 환경에 맞춰 실전 훈련을 거친 장비라는 점”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차량 기술이 적용돼 군용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완성형 무기체계”라고 강조했다.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다목적 무인차량은 인명 손실이 우려되는 위험 임무를 수행해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대신 수출을 위해서는 실전 운용이 중요한 만큼 국내 전력화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AI·무인체계·자율주행이 융합된 복합 전투 플랫폼이 전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대응해 현대로템은 AI 기반 방산 모빌리티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로템이 전시한 AI 기반 다목적 무인차량. [사진=김재한 기자]

KAI, 플랫폼·AI 조합으로 경쟁력 강화

KAI는 이번 ADEX 2025에서 전투기·무인기의 자율 조종과 전투 결정을 담당하는 AI 파일럿을 비롯해 자폭, 기만, 무인표적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목적무인기 AAP(Adaptable Aerial Platform), AI가 탑재된 가상현실 정비 등 다양한 AI 기반의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중 KAI가 자체 투자로 개발 중인 다목적 무인기에는 AI 파일럿 탑재된다. 이는 KAI의 차세대 자율비행 체계 실증의 핵심기술이다. 고성능 무인기를 이용한 실증 시험에서 AI 파일럿은 지정된 웨이포인트까지 스스로 회피·추론 비행을 수행했고, 비행 중 센서 영상을 분석해 현장에 배치된 모형 표적을 식별하고, 이를 추적 및 자동 타격까지 완전 자율로 수행했다.

KAI 관계자는 “비행·표적식별·타격까지 모든 작업을 AI가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KAI는 이러한 독자적 AI 비행 기술과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실제 플랫폼 시험·연계 개발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고성능 무인기에 AI를 탑재해 실증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관계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은 기업이 AI 기반 무인기를 개발 중이지만, 이런 고성능 무인기에 AI를 탑재해 현장 시험까지 실시한 곳은 거의 없다”면서 “KAI는 시뮬레이션부터 실기체 시험까지 한 사이클을 이미 경험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계자는 특히 “AI 소프트웨어만 개발해도 플랫폼 기술력, 즉 무인기 본체 설계·운용 경험이 없으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KAI가 쌓은 오랜 무인기 개발 노하우와 AI 응용 역량은 현재 세계적 수준이며, 앞으로 더 체계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LIG넥스원, 미래 전장 지휘 패러다임 재정의

LIG넥스원은 ‘변화의 50년, 도약할 50년’을 주제로 미래 항공·우주 분야를 선도할 차세대 기술 등과 함께 AI 기반 무인화 설루션을 선보였다. 전시관을 ‘탐지-방어-장악-지배-지휘’로 구성된 5대 구역 중 ‘전장 혁신’과 ‘통합 지휘’ 구역에서 AI 기술의 핵심 적용 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중 전장 혁신 구역에서는 중형 무인기 공통 플랫폼과 드론 탑재 공대지 유도탄, 차세대 무인차량 G-소드(Sword) 등 AI를 기반으로 한 무인화 설루션을 공개했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은 AI와 네트워크 기반 제어 기술을 결합해 정찰·타격·병력 지원 등 다양한 임무 수행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핵심은 ‘AI 지휘통제시스템’으로,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 인식하고 다차원 지휘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체계다. LIG 계열사 이노와이어리스의 빅데이터 고속처리 기술과 5G 스몰셀 통신기술이 적용돼 감시정찰 자산에서 수집된 정보를 AI가 즉각 분석하고 지휘관의 결심 시간을 단축시킨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AI 지휘통제시스템은 정찰 영상이나 각종 전장 정보를 AI가 분석해 지휘관에게 핵심 정보를 요약 전달하는 상황인지 모델이 주요 기술”이라며, “지휘관이 질의하면 전장 상황, 위협도, 타격 스케줄링 등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LLM 기반 질의응답 시스템도 함께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통합지휘통제 설루션은 전 세계적으로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관계자는 “실제로 국내외 방산 전시회에서도 이 같은 기술은 주목받고 있다”면서 “해외 군 관계자들이 AI 통합지휘체계 시연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자국에서도 유사한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