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톡] “전투기에 귀가 달렸다고?”···카나드의 비밀
양력 보조기능 역할···항공기 효율성 제고 공기역학적 불안정성 단점···기동성은 향상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전투기에 관심이 많다면 간혹 동체 앞부분에 작은 날개가 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말로 마치 귀처럼 생겨서 ‘귀 날개’라고도 불리는 ‘카나드(Canard)’다. 마냥 귀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전투기가 비행할 때 균형과 기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열쇠다.
카나드는 프랑스어로 ‘오리’를 뜻한다. 1900년대 초, 라이트 형제에 앞서 비행 시험을 하던 프랑스의 선구적인 비행기들이 오리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앞쪽에 작은 날개가 달린 기체 구성을 ‘카나드형(Canard configuration)’이라고 부르게 됐다.
비행기는 공중에 계속 떠 있으려면 양력이 필요하다. 이 양력을 만들어 비행기를 띄우는 것이 가장 큰 날개인 주날개다. 반대로 비행기 뒤쪽의 수평으로 된 꼬리날개(수평꼬리날개)는 아래로 누르는 힘을 만들어 낸다. 비행기는 이 두 힘의 균형을 조정해 위아래로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효율이다. 주날개는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데 꼬리날개가 누르니 전체적으로 더 큰 양력을 만들어야 같은 고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카나드다. 주날개보다 앞부분에 달린 카나드는 비행기를 위로 들어 올리는 양력을 추가로 만들어 비행기의 효율을 높인다.
그러나 주날개 앞에 또 다른 날개를 달면 공기역학적으로 불안정성이 커진다. 한 마디로 효율성을 얻고 안정성을 내주는 셈이다. 다행히 전투기에서 불안정성은 곧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꼬리날개형 전투기는 안정성은 높지만, 방향을 바꾸는 데 다소 느리다. 반대로 카나드형 전투기는 미세한 자세 변화에도 즉각 반응해 빠른 회전과 급격한 기동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은 급박한 공중전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현대 항공 기술은 불안정성도 극복했다. 불안정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조종사가 할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조종이 필요한데 이를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라는 비행제어시스템이 해결한다. 이 시스템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움직이면 전기 신호로 변환돼 컴퓨터로 입력되고, 컴퓨터는 이 전기 신호를 해석해 전투기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조종 신호를 각 날개에 전달한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에 개발된 현대 전투기에서는 비행제어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능동형 카나드(active canard)’가 적용돼 조종사가 직접 제어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비행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각도를 바꾸며 최적의 성능과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카나드는 비행기의 종류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 일반 여객기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전투기나 고기동 기체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예를 들어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는 주날개가 삼각형인 삼각날개와 카나드를 조합해 놀라운 기동성을 발휘한다. 특히 삼각날개는 초음속 비행에 유리하지만, 속도가 느린 상태에서는 조종성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앞쪽에 카나드를 적용하면 공기 흐름이 조절돼 저속에서도 주날개에 안정적인 양력을 공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타이푼은 고속에서도, 느린 속도에서도 정교한 조종이 가능하다.
향후 카나드 기술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비행제어시스템과의 융합을 통해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VTOL과 무인기 분야에서는 카나드가 단순한 양력 보조날개를 넘어 능동제어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기체의 센서와 비행제어컴퓨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해 바람 변화, 난류, 비상 전환 상황에서도 카나드의 각도를 자동으로 조절 안정성과 효율을 최적화한다. 전문가들도 미래의 카나드가 자율비행, 저소음 비행, 에너지 절약 등 지속 가능한 항공기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