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톡] ‘스마트 무기’가 똑똑한 이유
무차별에서 정밀 공습으로 전쟁 방식 변화 전장환경 변화 따라 지능형 무기로 진화 중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전쟁의 역사를 바꾼 분수령이었다. 전 세계가 처음으로 접한 ‘스마트 무기’가 전쟁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은 GPS와 레이저 유도 기술을 결합한 정밀유도무기를 대거 투입해 이라크 전역을 공습했다. 이전까지 공습은 넓은 지역에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식이 대부분이었지만 걸프전은 달랐다. 표적만을 정밀하게 골라내 공격하는 ‘외과수술식 타격’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그 중심에는 ‘정밀유도’라는 새로운 개념이 있었다. 단순히 투하해 폭발하는 무기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찾아가 궤적을 수정하며 오차를 줄이는 정밀유도 무기가 등장한 것이다.
정밀유도무기는 유도 방식에 따라 GPS 유도무기와 레이저 유도무기로 구분된다. 이 중 GPS 유도 무기는 인공위성 신호를 이용해 표적의 위치 좌표를 추적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표적 좌표가 입력된 무기가 발사되면 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이용해 표적까지 경로를 유지하며 비행한다. 그런 후 표적 근처에 도착하면 자체 센서가 작동해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 직전까지 스스로 미세한 궤적 수정까지 수행해 최종적으로 표적을 공격한다.
레이저 유도무기는 공격 전 항공기에 탑재된 표적지시기나 지상 요원이 표적에 레이저 빔을 비추면 그 반사광을 따라가 표적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특히 유도무기가 발사되면 표적에 타격하기까지 레이저를 계속 지시해야 한다.
걸프전 이후 스마트무기는 정확성이 더욱 개선됐다.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항공기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링크(datalink)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궤도를 수정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발사 후 궤도 수정이 불가능했던 단점을 극복하면서 더욱 정확한 공격이 가능해졌다.
오늘날 스마트 무기는 ‘정밀’에서 ‘지능’으로 진화했다. 초기 스마트 무기는 주로 GPS, 레이저 유도 등 정밀한 유도 기술을 통해 명중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전투 환경과 임무 상황을 스스로 분석하고 최적의 타격 방법을 판단하는 지능형 무기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분쟁에서 드론이 무기체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수십 대의 무인기가 협력해 작전을 수행하는 ‘군집전술’이 미래 전쟁의 상징이 됐다. 각각의 드론이 정찰·교란·타격 임무를 나눠 수행하고, 네트워크로 서로 의사결정을 공유한다. 인간은 전체 작전을 감독할 뿐 세부 행동은 기계가 스스로 판단한다.
이처럼 무기들이 ‘더 똑똑해지는’ 것은 장점과 문제를 동시에 불러온다. 전술적 이점은 명확하다. 소형 자율무기는 저비용으로 위험 지역에 투입돼 고가 전력의 부담을 줄이고, 네트워크 결합형 유도무기는 발사 후에도 목표를 재지정해 민감한 표적을 더욱 선별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대신 자율성의 증대는 오식별·오작동의 리스크를 키우고, 책임 소재와 법적·윤리적 통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마트 무기는 분명히 전쟁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걸프전 이후의 세상이 깨달았다. 표적이 정밀해질수록 책임도 정밀해야 한다. 전쟁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