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37 후속기’ 개발 착수···단일통로기 ‘왕좌’ 노린다
2030년대 중반 상업 운항 목표 조종석·첨단엔진·신소재 적용 등 단일통로기 주도권 회복 위한 전략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737 MAX 후속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보잉은 2030년대 중반 상업 운항을 목표로 기존 737 MAX를 대체할 새로운 기종 개발에 나섰다. 이는 안전·품질 논란 등으로 에어버스에 내준 단일통로기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개발은 현재 초기 단계이지만, 보잉은 항공전자 장비와 조종석 혁신을 비롯해 첨단 엔진 기술, 경량화 신소재 설계, 객실 편의성 향상, 그리고 예측 정비 및 데이터 기반의 운용 기술 등을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과 효율성, 승객 경험 등에서 균형 잡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가운데 1960년대에 뿌리를 두고 지금까지 개선해 온 현재의 737 조종석 디자인은 787과 통일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탑재될 엔진은 영국의 롤스로이스, 미국의 GE 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랫 앤 휘트니(P&W) 등 주요 엔진 브랜드가 모두 거론되는 가운데 올해 초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는 현재 신형 울트라팬 엔진을 개발 중인 롤스로이스의 경영진들과 만나 신형 엔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보잉이 이처럼 후속기종 개발에 착수한 결정적 배경은 2건의 치명적인 추락사고다. 2018년 라이온에어,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737 MAX 여객기가 잇따라 추락해 총 346명이 사망하면서 전 세계에서 737 MAX 운항이 중단됐다. 추락 원인으로 737 MAX에 새로 탑재된 자동실속방지장치(MCAS)의 오작동과 설계·안전관리 부실이 지목됐고, 보잉은 대규모 소프트웨어 수정과 조종사 훈련 개선 등을 통해 운항 재개를 승인받았지만, 꼬박 20여 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월 알래스카항공 소속 737 MAX 9가 비행 중 도어 플러그 패널이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737 MAX의 신뢰도와 수주량은 더욱 크게 하락했다. 1968년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 737 클래식과 737 NG(Next Generation) 등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트여객기라는 명성을 지켜왔지만, 잇따른 중대 결함과 사고로 그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보잉 737 MAX와 에어버스 A320neo의 누적 수주량을 살펴보면, 737 MAX는 2398대, A320neo는 3781대로 에어버스가 1383대라는 큰 격차로 앞섰다. 특히 737 MAX는 2019년과 2020년 2차례의 치명적 사고 이후 주문 취소가 665대에 달하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021년부터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단일통로기 시장 주도권은 사실상 에어버스에 완전히 넘어간 상황이다.
한편, 보잉이 737 MAX를 대체할 후속 항공기 개발에 착수한 데 대해 에어버스는 신속한 후속기 출시보다 현재 생산 중인 A320neo와 A321XLR의 생산 안정과 기술 검증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에어버스 경영진은 단일통로기 시장에서 성능을 25~30%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히며 즉각적인 신기종 출시는 예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에어버스는 현재의 강력한 생산능력과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며 향후 차세대 단일통로기 개발 시기를 조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