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잉·시코르스키 ‘특수전용 헬기’ 수주전, 시작부터 ‘삐걱’

시코르스키 입찰 불참···유찰 가능성 커져 총사업비 문제 거론···재공고·참가 여부 관심

2025-09-30     김재한 기자
시코르스키의 CH-53K 킹스텔리온. [사진=미국 해병]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30일 사업 참여가 유력했던 업체를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입찰참가 등록마감일인 29일, 시코르스키가 참가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보잉의 제안서 제출과 상관없이 이번 입찰은 유찰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위사업청 입장에서 경쟁입찰 구도가 무너지면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30일 시코르스키의 모기업인 록히드마틴 측은 기자에게 “이번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 현재 사업 조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최신예 CH-53K 전력화에 필요한 투자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록히드마틴은 대한민국 산업계와 함께 항공 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이익, 그리고 안보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이번 사업에 대한 참가를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업은 육군의 특수작전을 위한 공중침투 능력을 확보하고, 공군의 탐색구조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18대를 총사업비 약 3조2990억원을 들여 오는 2033년까지 국외로부터 도입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CH-47F 치누크를 제안한 보잉과 CH-53K 킹 스텔리온을 제안한 시코르스키가 최근까지 경쟁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량응징보복(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KMPR)의 핵심 전력을 도입하는 사업인 만큼 사업 지연에 따른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알려진 것처럼 대량응징보복은 킬체인(Kill chain) 및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함께 한국형 3축체를 구성하는 체계. 북한이 핵 및 대량살상무기로 우리나라에 위해를 가하면 동시·다량·정밀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전력과 전담 특수전부대 등을 투입해 북한의 전쟁지도본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보복한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가 도입되면 육군용은 특수전 요원들이 북한의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할 때 은밀하고 신속한 침투·퇴출을 지원하고, 공군용은 구조요원들이 적진에 떨어진 조종사를 신속하게 구조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보잉의 CH-47F 치누크. [사진=보잉]

특히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는 산악·도심 등 다양한 지형과 촘촘한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시에 타격작전 성공률을 높여줄 뿐 아니라 정찰·보급·탐색구조 임무까지 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코르스키가 사업 참여를 보류한 주요 배경으로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총사업비 규모가 거론된다. 한 마디로 총사업비 규모가 제안가를 맞추기 힘들 정도로 낮게 책정됐다는 얘기다. 이는 록히드마틴 측에서 ‘전력화에 필요한 투자와 부합하지 않다’고 언급한 대목으로, 입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지된 부분이다. 특히 이 같은 총사업비 문제는 현재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도 드러난 문제로 꼽힌다.

이처럼 참여업체들이 총사업비를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낮게 책정됐다면, 방위사업청 입장에서도 사업비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녹록지 않다. 증액할 사업비가 총사업비 대비 20%를 넘어서면 방위사업법에 따라 통상 6~8개월 정도 소요되는 사업타당성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해 기종 선정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만약 재공고에서도 시코르스키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보잉의 CH-47F가 최종 기종으로 선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