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람] 김현수 교수 “차세대 쇄빙연구선, K조선 경쟁력 제고·북극시대 여는 열쇠”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조선기계공학과 교수] “차세대 연구선, 북극 과학 활동·기후 연구 획기적 확장” “LNG 듀얼 연료·특수 설계·두꺼운 후판 등 고난도 기술 집약” “조선·기자재 업계의 신기술 축적·북극 특화 시장 진출 기회”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국은 이미 대형 쇄빙선 건조 경험을 축적한 만큼 이번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우리나라 조선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19일 인하공업전문대학에서 만난 김현수 인하공전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차세대 쇄빙연구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북극 과학 연구의 범위와 깊이를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선을 통해 북극 전역에서 과학 활동을 확대하고 해양 수온, 얼음 특성, 지형, 생물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아라온호 한 척이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활동하다 보니 연구 시간이 제한됐지만, 새로운 연구선은 북극해 환경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기상학자들이 북극의 기온 변화를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등을 연구할 때, 북극에서 수집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가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기존 아라온호와 비교해 차세대 쇄빙연구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친환경 설계’를 꼽았다. 그는 “이번 연구선은 LNG와 기존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듀얼 연료 엔진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약 3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탄올이나 에탄올 같은 차세대 연료가 상용화되더라도 LNG는 여전히 에너지 밀도와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가스 생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LNG는 당분간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밖에 △선수(船首) 설계와 추진력 △튼튼한 구조와 두꺼운 후판 △극저온 운항 대비 △ 특수 용접·도장 기술 등이 쇄빙선 건조의 핵심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쇄빙선의 선수(船首)가 얼음 위로 올라타 배 무게를 이용해 빙산을 깨뜨리는 구조를 갖추고,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며 “일반 선박보다 세 배 이상 강력한 출력이 요구되며, 얼음 위로 올라타기 위한 선수의 각도 및 추진기의 최적화가 핵심 설계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쇄빙선은 얼음을 직접 깨면서 충돌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훨씬 더 튼튼해야 한다”며 “철판 두께도 일반 선박이 9~10mm 두께 수준이라면 쇄빙선은 90mm 두께가 필요하고 용접도 특별한 용접 방식을 통해 수차례 반복해야 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영하 45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결로나 빙결이 생기지 않도록 창호, 장비, 통로 등에 특수 설계와 열선 설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장(페인트) 기술 또한 차별화 요소”라며 “쇄빙선은 날카로운 얼음과 지속적으로 마찰하기 때문에 일반 도장으로는 버틸 수 없어 특수 도장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설계·구조·운항 조건·용접·도장 등 전 과정에서 일반 선박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쇄빙선 건조 경험 유무가 국가 조선 경쟁력을 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가 조선업계 뿐 아니라 기자재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지 운항을 위한 특수 설계와 장비가 요구되면서 기자재 업계에도 다양한 개발 과제가 생긴다”며 “배의 내부 창호부터 앵커, 외부 장비까지 모두 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하고, 결로 방지 기술이나 친환경 기자재 개발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기자재 업계가 연구개발을 통해 납품 실적을 확보하면 북극 특화 기술을 축적할 수 있고, 향후 다른 선박 건조에도 재활용되면서 산업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북극 항로 개방을 대비한 해군·해경의 쇄빙선 전력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안전 확보와 보급 활동 뿐 아니라 청해부대처럼 군사·치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블라디보스토크·알래스카 등 해외 기지와 연계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조선업이 최근 호황을 맞은 상황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불황기를 대비해 조선소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와 내수 물량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돈으로 조선소에 24시간 가동 가능한 자동화·AI 시스템 투자가 필요하고, 불황 시에는 국내 해운·군·관공서의 협조를 통해 이들의 발주를 받아 안정적 일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로 미국 조선산업을 재건하는 미국의 ‘마스가(MASGA,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미국이 자국 내 조선소 설립과 투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법인이나 조선소를 운영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