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해양수산부 해체론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 2008년 이후 9년여 만이다.

시작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국회 주도 정부조직개편'을 대선 화두로 던지면서부터였다. 향후 정부조직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행정부 수반이 아닌 정당과 국회가 주도해서 만들자는 주장이 골자다.

올해 1월 중순 소병훈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해양수산부를 '해양청'과 '수산청'으로 분리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당내 논란에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현 정부가 망친 해수부를 강하게 만들자'며 볼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안에 대한 인준권을 가진 국회가 조각권까지 차지하겠다는 주장은 권력 분립의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헌법은 40조, 66조 4항, 101조 1항에서 행정권은 정부에게, 입법권은 국회에게, 사법권은 법원에게 속하게 함으로써 삼권분립주의를 명문화하고 있다.

해양과 수산의 만남은 필연

해양수산부는 1948년 최초의 정부조직법과 함께 태어난 '수산국'과 '해운국'이 각각 다른 부처를 옮겨 다니는 시행착오 끝에 1996년 해양강국 건설을 위해 결합, 탄생한 장관급 부처다.

건국 내각 조각 당시 해운(海運)의 아버지는 교통부였고, 수산(水産)의 어머니는 상공부였다. 1955년 해운이 '해무청'으로 성장할 때, 농림부로 자리를 옮긴 수산은 1966년 '수산청'으로 자랐났다. 덩치를 키운 해운이 1977년 '해운항만청'으로 독립하나 싶더니 농림수산‧통상산업‧건설교통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만 그쳤다.

세계화의 물결이 밀려오던 1996년 8월 8일 마침내 수산이 농림부로부터 독립해 해운과 결합을 이룬 게 지금의 해양수산부다. 그러던 2008년 한 차례 해체를 겪었으나 2013년 해수부로 다시 태어났다.

5대양이 본사이자 지점인 해운업은 특별한 지역구가 없어 실질적으로 내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반면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소가 밀집하는 경남(거제‧통영‧고성), 울산(동구‧울주), 전남(영암‧목포), 부산(강서‧영도), 전북(군산) 5곳의 경제 상황은 문자 그대로 최악이다.

◆ 일자리 잃은 조선, 갈 곳 없어진 해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지역의 임금체불업체는 36%나 증가했으며 미지급금은 304억원에서 482억으로 1.58배 급증했다. 동시에 중소 협력업체들은 도미노로 파산해 27곳이던 조선소가 6곳으로 줄었다. 기업활력법 승인에 기대어 회생의 기회라도 잡은 회사가 고작 5~6곳 정도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이들 5개 지역에서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집계된 실업급여 신청자는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의 일자리도 올 상반기에만 18만1000명에서 15만4000명으로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 동력 고갈은 주변의 마트 등 상권의 동반 위축으로 이어져 지난 3년 소상공인경기체감지수(BSI: 2013.12→2016.12월)는 부산(△31.9), 경남(△32.4), 울산(△53.5), 전남(△38.2), 전북(△50.7)으로 역대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해 도시 공동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자리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해운업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선 한진해운이 운용하던 선박 98척 가운데 63척이 주인 없는 처지로 뿔뿔이 흩어져 계선(운항이 정지돼 항구에 계류) 상태로 발이 묶여 있다.

과거 경쟁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98척의 컨테이너 선단을 운영하던 한진이라는 거대 선사가 멈춰선 만큼, 과잉된 공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진해운을 청산가치로 인수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올해 초 대한해운 임시주총이 한진해운에 대한 인수를 찬성률 1.8%로 부결시킨 것이 대표 사례다.

◆ 업계는 긴장주민들은 반발

지역 주민들은 "세월호 때 해경 해체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양과 수산을 바른 길로 인도할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오히려 해당 부처를 없애자는 성급한 칼질 시도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해수부가 청(廳) 단위가 되면 입법 발의를 할 수 없어 그 기능이 해수부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해체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해운산업과 주민이 입게 된다는 의미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적극적 정책 집행이 시급한 상황에 불거진 존폐 논란은 별 실익이 없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선주협회, 항만공사 등 관련기관들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실질적인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산업 전반에 일파만파로 퍼진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부도 관계부처를 총 동원한 액션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긴급자금 지원을 통한 경영안정을 위해 중기청이 움직이고, 대체수요 발굴을 위해 조달청이 나섰다.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미래부가 맡아 조선으로만 산업구조가 편중된 지역을 고부가가치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