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세계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으로 조선과 해운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사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교역량이 미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악성 보호무역주의에 발목이 잡혀 예전 수준의 회복은 사실상 힘들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해양수산부, 산업은행, 금융위원회가 밑그림도 없이 허송세월한 끝에 조선을 대표하던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 70조 이상을 잠식하고, 공급 과잉을 예상하지 못한 한진해운은 청산 과정에 있다. 남은 하나의 원양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글로벌 경쟁력이 문제로 남는다.

3대 조선사와 2대 해운사의 수출 부진으로 조선·해운업계의 부채가 80조원에 육박하는 한편 수출입은행이 창사 40년 만에 첫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공사 수주액은 30.2% 감소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소재한 경남 거제시의 인구도 전출(3만 8293명)이 전출(3만 8293명)을 초과하는 유출 현상을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운 업황에 대해 "불황의 막바지"라는 긍정적인 신년 전망을 밝혔으나, 2017년 대선과 맞물려 신속한 구조조정과 원활한 인수·합병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제2의 IMF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온다.

◆ "논란 벌일 때 아니야…늦으면 제2의 IMF 촉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오정근 건국대 교수(한국금융학회 회장)는 "확실한 구조조정만이 답"이라고 강조하며 "정책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의 자본금 보충을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기아자동차가 대선을 앞두고 부도유예 적용대상이 됨에 따라 외환위기가 도래한 것처럼 선거 때문에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적시에 하지 못하면 제2의 IMF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정치권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선업은 실직 규모가 최소 수만명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한국판 뉴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정부가 부실 부분을 먼저 정리한 다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합병의 타당성을 판단, 결정하는 '선국유화, 후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한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는 "대우조선이 당장 문을 닫으면 생산설비가 고철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십조의 생돈이 한꺼번에 나간다"면서 '선지원 후조정'의 투트랙 전략이 아니고서는 뾰족한 수가 없음을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한국판 양적 완화를 향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연착륙을 위해 부득이하게 시행하는 정책을 특혜라도 주는 것이라고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일축하면서 "물량이 2년 반 정도 남은 시점 최선을 다한 자구 노력 말고는 대단한 해법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법학계의 견해도 일치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같은 민간기업과 사실상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대우조선해양은 다르다"며 "마냥 논란을 벌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민영화를 통한 대우조선 합병 방안과 관련, "M&A의 원칙은 시너지를 높이고 코스트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나 삼성이 합병 뒤에 생존이 가능한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며 M&A 이후의 인력 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대우 ‘인력 감축’, 현대 ‘지주회사 전환’ 통한 자구 노력

한편 업계는 자구책 이행에 분주하다. 구조조정 2년 차에 접어든 대우조선해양은 23일 임직원 8500명 감축과 무급휴직을 실행하는 동시에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의 4배에 달하는 55억달러로 올려 잡는 ‘2017년 자구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오는 2월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선언하며 분사를 통한 경영효율화와 재무 건전성 재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의결되면 현재 하나의 법인체에 귀속된 로봇·자동화,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사업 부문이 별도의 법인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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