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우)문재인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주식 시장에서는 대선 관련 테마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에 편승해 단기차익을 노리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주가조작 등 시세차익을 노리는 등 금융당국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얼마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자,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 반기문 테마주가 뜨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종목은 동국알앤에스인데 반 전 총장과 사돈관계인 유원석 변호사가 이 회사 모기업인 동국산업의 고문을 지냈다는 이유다. 반 전 총장 아들은 2009년 유 변호사 딸과 결혼했다.

하지만 이 주식은 한때 문재인 전 대표 테마주로 불렸다. 회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 근처에 있다는 이유와 유원석 변호사와 문 전 대표가 사법 연수원 동기라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이미 15년 전 동국산업 고문직을 사퇴해 현재는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작전세력의 의도에 따라 문재인 반기문 테마주를 오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인디앤씨라는 주식이 한때 급등했는데 여기에 투자한 회사의 대표이사 반기로씨가 반기문 전 총장과 단지 이름이 비슷해 사촌지간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 하지만 사실이 아닌것으로 확인되자 주가는 급락했다. 정치테마주의 가장 큰 허상의 단면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를 사고파는 투자자중 기관·외국인 비중은 3%에 그쳤지만 나머지 97%는 개인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정치 테마주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자 10명 중 7명은 손실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투자자의 평균 손실액은 191만원 수준이었다.

시장 전체(개인 65%, 기관·외국인 45%)와 비교하면 정치 테마주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가 지난해 9~11월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이들 종목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 내용이 없이 주가가 단기에 상승했다.

대부분의 종목은 대선 후보의 학연(학교동문), 지연(친인척 재직), 친인척 지분 보유 등의 풍문과 루머에 의해 주가가 움직였다.

또 정치 테마주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한 뒤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분석 기간 동안 정치 테마주의 평균 주가는 최고가 대비 35%나 하락했다. 주가 변동폭(최고가/최저가)은 130.1%에 달했다. 16개 종목의 주가는 전체 지수 하락폭과 비교해 최저 6.5%에서 최고 44.6%나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 테마주 투자는 개인 투자자의 매매손실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치 테마주 투자 계좌 중 손실 계좌 비율은 72%를 넘었다. 또 5000만원 이상 고액 투자자의 손실 비율은 93%에 달했다.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박스권장세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정치불안을 또다른 투자 기회로 노리면서 온라인상의 추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등 국정을 혼란시키는 정치이슈가 터지면서 주가 상승하락을 반복하자 단기차익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익명성을 이용해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인 '오픈채팅'의 경우는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유로 단속이 어렵다.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사태 때도 악재 정보인 베링거인겔하임 계약파기 정보가 오픈 채팅방으로 떠돌았다는 제보가 금융위원회에 접수돼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주식과 관련해 열린 채팅방은 수십 개가 넘는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자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오픈채팅을 이용해 이른바 '떴다방'처럼 관련주를 추천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개설됐다가 없어지는 방이 많을 뿐더러 아이디의 경우도 수시로 바꿀 수 있어 단속이 어렵다. 테마주나 작전주를 추천했다가 회원들과 논쟁이 벌어질 경우 아이디를 바꿔 활동하기도 한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회원들과 유대감을 키운 뒤 본격적으로 유료 회원 가입 활동을 진행한다. 주로 활동하는 회원이 장 시작 전에 몇가지 상승 종목을 던져 신뢰감을 쌓은 뒤 개인 카카오톡을 통해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는 경우다. 이런 식으로 오픈채팅방에서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추천주 정보가 오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테마주 중 일부 종목의 주가 상승은 단기 시세조종세력에 의한 인위적 상승으로 투자수익은 이들 세력이 대부분 획득했다"며 "실적 호전 등 회사의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뇌동 매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오픈채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정치테마주 근절을 위해서 제보 내용과 중요성에 따라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올해 대선에 대비해 이달 9일부터 6개월간 '정치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운영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의 주가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근거없는 루머가 퍼지고 투자자 움직임에 편승해 남을 따라하는 뇌동매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다.

조사반은 금감원 특별조사국 내에 총 9명으로 구성된다. 특별조사국 테마기획조사팀장을 반장으로 모니터링 담당(3명)과 조사 담당(5명)으로 나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치테마주는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향이 많아 무분별한 추종매수는 큰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허위사실·풍문을 유포하거나 시세에 관여할 경우 불공정거래에 연루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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