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현대중공업 하계 수련대회. 직원들과 함께 파안대소하는 아산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아산은 종종 식당에서 성심을 다하는 종업원과 마주치게 되면 어깨를 툭툭 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무슨 일이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제일 좋더라." 그는 불평과 불만은 게으름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는 사람들과는 동업하지 않는다"는 특이한 모습도 보였다. 

재벌이 아닌 노동자로 불러주기를 원했던 아산은 노사갈등 문제에도 솔직한 자세로 임했다.

"노동자들 나름의 입장이 있듯이 경영자에게도 자신의 주장과 입장이 있다. 고기를 열심히 잡아 배를 채우기도 전에 나누는 문제를 가지고 배 안에서 싸우면 각기 몫이 돌아가기는커녕 배까지 가라앉게 된다."

복지(福祉)라는 단어가 아직 생소했던 1977년, 아산은 현대건설의 주식을 상장하면서 전체 주식의 50%를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다. 땀과 고생으로 성장을 일구어낸 국민들에게 열매가 돌아가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비극은 배고픈 것이고, 그 다음은 돈이 없어서 병든 몸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아산재단은 그가 타계할 때까지 국민의료와 사회복지 그리고 장학 및 연구개발 사업에 4500억 원대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그룹 홍보로 활용하자는 측근의 건의에도 "이 사업은 사회에 생색내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니까, 밖에 덜 알려지는 것이 좋다"며 주위를 단속시켰다. 이후 의료사업을 역점으로 펼쳐 정읍, 보성, 보령, 영덕, 홍천, 강릉 등 지방의 6개 지역에 종합병원을 설립해 대도시에만 우수 의료시설이 집중되던 현상을 해소했다.

1980년대 유행가 ‘이거야 정말’을 즐겨 불렀다는 아산 정주영은 누구를 그렇게 만나고 싶었을까? 그 노래 가사만큼 따뜻한 인간미와 낙천이 넘치는 경영인이었다. 동시에 도전(Challenge), 신용(Credibility), 긍정(Candoism), 창의(Creativity), 이타(Commitment)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에 경제 기적을 안겼다.

영국 마가렛 대처 수상과 함께한 정주영, 정몽준 회장(1980년대 추정)

세계의 경영 석학들도 주저 없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는 정부로부터 금탑·동탑 산업훈장과 1981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1977년 대영제국으로부터 CBE 훈장, 1998년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커멘더 위드 스타' 훈장, 1983년 중국으로부터 경성훈장, 1985년 룩셈부르크로부터 월계관장, 2001년 러시아 정부로부터는 한·러친선우호 훈장을 받았다. 미국 타임지(TIME)가 선정한 '60년간의 아시아 영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은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다. 우리가 뒤떨어진 분야라고 주저한다든지. 미지의 분야라고 두려워한다든지, 힘들다고 피한다든지 하는 것은 패배주의다…" 

"사람은 나쁜 운, 좋은 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좋은 운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운이 들어올 틈이 없다. 운이 나쁘다는 사람은 대게 게으르다. 지나치게 현명한 부인은 오히려 피곤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부흥의 역사를 다 썼으면서도 자기를 자랑하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아, 정주영 회장이 남긴 신화들은 사람들 사이의 어록으로 떠돌며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 속에 있다. 그러면서 "이봐, 해보기는 하고 그러는 거야?" 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2017 기업가의 부활' 연재 순서

① 우리시대의 거인 아산 정주영 회장 
② 한국 경제부흥의 선구자 연암 구인회 (다음)
③ 세계를 품었던 경영인 SK 최종현 회장
④ 한국이 낳은 최고의 기업가 호암 이병철 
⑤ 나라사랑 온몸으로 실천한 청암 박태준
⑥ 경제 외교의 선구자 두산그룹 연강 박두병
⑦ 국가 기간산업에 평생을 바친 현암 김종희
⑧ 중공업을 일으킨 불굴의 개척자 운곡 정인영 
⑨ 20세기 문명 전환 이끈 김성수, 김연수 형제
⑩ 삼성과 효성을 일으킨 혁신가 만우 조홍제 
⑪ 한국 물류 운송의 신기원 일으킨 정석 조중훈
⑫ 교육·문화 보국의 선구자 교보 신용호 회장 
⑬ 한국 섬유혁명의 아버지 코오롱 이동찬 회장
⑭ 살아 있는 '김키스칸 신화' 대우 김우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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