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과 정규철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4%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를 겪은지 꼭 20년이 지났지만, 우리 경제는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았다.현 시국을 보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책 불확실성이 위기 당시의 3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한다.

IMF 외환위기 직전 5년간 경제성장률은 6.2∼9.6%였다. 2011∼2015년 성장률은 2.3%∼3.7%로 뚝 떨어졌다. 2016년과 2017년에도 2%대 성장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20년전보다 못하다며 현 시국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표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화두는 첫째도 리스크 관리, 둘째도 리스크 관리"를 주장하며 경제정책의 초점을 리스크 관리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2%대로 굳어지고 있으며 수출은 58년 만에 2년 연속 감소했다. 청년실업률, 소비자 심리 등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수준까지 악화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 양극화, 1300조원이 넘는 가계 빚 등 구조적 문제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원장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주요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적 여력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대외적인 여건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통화, 재정, 환율정책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운신 폭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2017년 성장률은 2016년보다 낮은 2.1%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소비, 투자, 수출이라는 세 가지 성장기둥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IMF 때보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당시와 현재를 일부에서 급성질환 대 만성질환으로 비교하듯이 IMF 때는 대충격이었지만 일시적 충격이었던 반면, 현재는 만성질환에서 식물인간으로 전환되는 상황으로 표현된다.

IMF 당시에는 산업경쟁력이 있었기에 수출의 두 자리 증가율이 지속하였고, 이는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할 수 있었던 이유로작용했다. 반면 현재는 95년 당시 3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자동차·조선이 2015년에도 같을 정도로 산업 체계 다변화가 중단되었을 뿐 아니라 조선업은 ‘좀비산업화’되었고, 자동차는 수출대수와 수출금액이 각각 11.8%와 11.3% 감소하여 5위에서 6위로 밀려날 정도로 경쟁력이 후퇴하는 상황이다.

또, 우리 경제의 3대 성장축인 '수출-제조업-대기업' 모두 역성장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내내 하위 30%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후퇴했고, 소득 압박이 전체 가구의 80%까지 확대되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보다 심각한 장기침체가 우려된다.

IMF 당시에는 세계 경제가 호황 국면이었기에 수출 중심으로 빠른 경제회복이 가능했다. 반면 지금은 산업경쟁력 추락 속에 금리 인상 리스크, 중국 (경기둔화 및 위안화) 리스크, 트럼프 보호무역 리스크, 브렉시트 리스크, 사드 보복 리스크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IMF 당시보다 절대적으로 외환보유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정 외환보유고에 미달하고, 악재와 리스크들을 관리할 컨트롤타워와 리더십의 부재로 경제 및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상승하는 상황이다.

여기다 한일 통화스와프가 중단, 여기에 현재로서는 올 10월 만료되는 한중 통화스와프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외환보유액 3711억 달러는 적정외환보유액 3976억 달러보다 260억 달러 부족하고,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현지법인들이 해외에서 차입한 달러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월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데 충분하지 않고, 외환보유액을 구성하고 있는 외화자산의 유동성도 부족하다고 보도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수익성 자산과 위탁자산도 안전성과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100% 현금성 자산이라 보기 어렵다. 참고로 우리보다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GDP 규모는 한국 GDP(1조3780달러)의 38%에 불과한데, 외환보유고는 우리보다 632억 달러 많은 4343달러로 세계 5위이다. 우리의 경우 GDP 대비 27%에 불과한데 대만은 GDP(5230억 달러) 대비 83% 수준인 것이다.

또,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 경착륙의 선제적 해결 필요하고, 한계가구의 파산 시 신용 회복 지원, 분할 상환 능력 없는 주택담보대출 가계의 주택을 장기 공공임대 주택으로의 전환, 그리고 서민 자활을 위한 정책금융 시행이 필요하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포함한 산업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업체에게 물어 긍정적 응답과 부정적 응답이 같을 때를 100으로 하고, 긍정 응답이 부정 응답보다 많으면 100 이상, 반대는 100이하를 의미한다. 68이라면 부정 응답이 긍정 응답보다 32% 정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불황으로 텅빈 수산시장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86) 대비 18포인트 급락한 68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체감경기가 낮았던 1998년도(61p~75p)와 비슷한 수치로 업체들은 현재의 경기와 향후 경기가 외환위기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인데, 문제는 향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응답기업들은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 중 대내적 요인으로‘정치갈등에 따른 사회혼란’(40.0%), 자금조달 어려움’(39.2%), ‘기업관련 규제’(31.6%), ‘소득양극화’(10.8%) 등을 꼽았고, 대외적 요인으로는 ‘중국성장률 둔화’(42.4%),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32.3%),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28.4%), ‘환율변동성 확대’(24.0%) 등을 지적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해 제조업체의 절반가량(50.6%)이 새해 경영방침을 '보수경영-군살빼기'로 밝혔다. 구체적으로는‘현 상태 사업유지’(65.1%), ‘기존사업 구조조정’(17.5%), ‘대외리스크 관리’(17.4%)를 지적했다. 취업문도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기업은 27.7%에 불과했고, 특히 대기업은 26.3%로 중소기업 27.8%로 낮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시급한 정책과제로 ‘소비심리 회복’(55.7%),‘금융시장 안정화’(41.6%),‘정치갈등 해소’(36.3%), ‘규제개선’(33.0%)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모두 해결되기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에서 기업 환경이 개선되기 어렵다.

현재 생활형편과 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하여 산출한 심리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란 것이 있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 ~ 2015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하여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하는데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4.2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상황이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국방부-롯데 사드부지 교환 저지 여성계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NO THAAD' 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다.

최근까지 하위 30%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고, 전체 가계의 80%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후퇴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 감소 등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대외적 악재도 증가하는데 정부 리더십은 실종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가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소비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외건전성이 나쁘지 않고 세계 경제도 이전 위기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가 위기를 말하면 없던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도 담겨 있다.

정부는 위기를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하고 고령화, 부채 등 구조적 문제에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겹쳐있어 경제가 저성장 탈출과 고착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여러 정책을 총체적으로 동원해 경기 하강을 막고 수출을 띄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이 호조를 보여 설비가 가동되고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총체적인 재정과 통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

국민 지지를 받는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뒤틀려버린 외교를 정상으로 되돌려야만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외적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것이다. 대기업과 제조업 구조조정은 산업 차원에서 인수합병 등 통폐합이 필요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국민 지지받는 새 정부를 조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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