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새해들어 증권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서서히 몰아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합병으로 초대형 증권사로 우뚝 선 회사들이 이번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초대형투자은행(IB) 육성책에 몸집불리기로 관심을 모은 증권사들이 해가 바뀌며 군살 빼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들은 양사 통합 후 인력들의 겹치는 업무부터 구조조정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선 대대적 합병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난 2014년의 구조조정 칼바람의 재현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격적 M&A에 나선 증권사들은 몸집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받아 들여 희망퇴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은 대형 점포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복합점포에 열 올리며 지점 통폐합을 추진해왔지만 인력중첩등에 따른 문제로 구조 조정에 나서게 됐다.

과거엔 증권사가 주요지역에 점포를 배치 시 그곳을 중심으로 그물망처럼 해당 지역을 담당케 해왔다. 최근엔 점포 배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은행·보험·카드 등 계열사를 통합한 ‘복합점포’ 방식을 선호하며 인근지역 점포를 하나로 통합해 메가점포 형태로 점포를 배치하고 있다.

최근들어선 금융을 넘어선 계열사간 복합점포에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명소인 ‘랜드마크’ 형태로 차별화된 점포를 구성하며 영업 채널에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영업소와 복합점포 등 21개 지점을 운영 중인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지난해 2월 문 연 서울 선릉역 부근의 1개 점포를 발판으로 2018년까지 복합점포를 4개까지 만들어 갈 방침이다. 나아가 오는 4월엔 서울 삼성동에 랜드마크를 설립 후 부산과 제주등에도 랜드마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최근 대형금융센터 3곳을 오픈해 우리은행과 더불어 복합점포 8개를 운영 중이다.

정작, 증권사들이 초대형점포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가 증권사의 외형 키우기의 일환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초대형점포 설립 명목으로 지점들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인원 감축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메가점포를 만들면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9개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삼성증권도 복합점포를 운영코자 주변의 작은 점포들을 통합해 등록지점이 72개에서 68개로 4개나 줄였다.

금융권 일각에선 증권사의 복합점포 구축 움직임에 따른 지점 통폐합이 결국 직원들의 감원 행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증권사 본사에선 이를 적극 부인한다. 본사 전문 인력들을 배치하므로 지점의 인력을 줄이는 행보가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증권사 지점 통폐합 움직임과 감원간의 연결고리를 끊을수 없다.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과 지난 2일 통합하면서 KB증권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통합에 앞서 이들 양사는 각각 희망퇴직부터 단행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만 45세 이상, 근속년수 20년 이상 직원 170여명에 대해 퇴사조치했다. KB투자증권도 52명을 희망퇴직 인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12월30일 미래에셋증권을 품고서 합병법인으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희망퇴직을 비롯한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시간이 지난가면 자연히 감원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통합과정에선 보류했던 희망퇴직을 지난해에 단행 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6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00여명의 직원들이 이에 동참했다. 2014년 5월 300여명이 떠난 후 2년 만의 구조조정이었다.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0월 합병 2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서 154명이 회사를 떠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56개 증권사 임직원 수는 총 3만5920명이다. 1년 새 176명이 감소했다. 대형증권사의 M&A에 따른 감원은 물론 실적감소 등이 그 원인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인력감축은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초대형증권사와 초대형점포(복합점포)가 증권업계의 트렌드가 되면서 다수의 증권사가 이를 시행코자 나서고 있다. 복합점포로 인한 지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격적 M&A를 성공시킨 증권사들의 경우, 당장 직원들을 강제로 해고시키거나 감원을 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거쳐 자연스럽게 감원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권업종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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