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김정일·정상명 기자] 박근혜 정부의 해외세일즈 외교 최대 성과라고 불리던 이란 순방 외교가 반년이 지난 현재 직접적인 성과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초 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국내 경제사절단을 대동하고 이란 국빈방문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국가 방문을 통해 거둔 성과로는 사상 최대의 경제외교라는 평을 내리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 분야 59건을 포함해 약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국내 기업들이 이란 진출에 발판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의 불안한 정세, 대금 결제 방식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실질적 계약으로의 연결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한참 해외 수주에 목 말라있던 국내 건설사들도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52조원' 가량의 인프라 공사 수주는 말 그대로 MOU일뿐 대부분의 건설사들 모두 손을 놓고 상황만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건설사 올해 해외수주 '심각'…내년도 이란시장 '불투명'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텃밭인 중동 시장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2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건설사의 올해 현재(1월 1일~11월 23일) 해외건설 공사 건수는 491건으로 전년동기(598건) 대비 17.89% 감소했다. 이중 중동 공사 건수는 60건에서 57건으로 줄었다. 

수주 계약액을 살펴보면 낙폭은 더욱 커진 상태다. 올해 총 계약액은 233억1372만 달러로 전년동기(406만353만 달러)로 42.58% 축소됐다. 중동 시장도 같은 기간 37.38% 가량 줄었다.

이란의 경우 올해 2건, 68만 달러의 수주에 그쳤을 뿐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프=이뉴스투데이 해외건설협회 자료 취합>

이란 진출을 타진중인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실적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해외 신규수주액이 5조1408억원으로 전년동기(8조7212억원)으로 41.05% 가량 쪼그라들었다.  

이란에서 17억 달러 규모의 '차바하-자헤단 철도공사'와 3억 달러 규모의 '비드 볼란드II(가스 정제시설)'의 수주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MOU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부에서 이란 발주처와 연락은 취하고 있는 것 같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전무하다"며 "노력은 하고 있으나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2조원 가량을 수주하며 전년동기 대비 실적을 66.31% 가량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직 올해 수주목표 달성율은 40%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 14억6000만 달러 규모의 싱가폴 지하철 차량기지 공사 T301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 해외 신규수주량 증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이란 '사우스파 11·14단계' 프로젝트는 MOU만 체결한 상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에 미달하는 것은 에콰도르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며 "이란도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올해 해외수주가 반토막난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우선 저유가에 따른 중동 발주가 줄어든 것이 주요원인"이라며 "이란 발주처와는 현재 MOU를 체결하고 연말 안에 직접 만나 브리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순방 이후 성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이란 발주처 측과 신규 협의건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건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아직 의구심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란 핵협상 백지화에 대한 우려도 등장,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더욱이 저유가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 평가에 내년 해외 수주 분위기도 어둡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 이란 진출을 위한 여러가지 절차들이 남아있다"며 "현재 수출입은행과 이란 간 기본대출협약(Framework Agreement)이 지연 되고 있고, 올해 안에 한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명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현재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로 인해 이란 시장에 달러 송금이 힘들다"라며 "그렇다고 원화나 유로화를 사용하기에는 환차손익 리스크가 부담돼 쉽사리 시도할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망은 이란 진출 선봉장 '대림산업'…신규 수주가 관건

반면 대림산업은 이란시장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 이란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 가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중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올해는 이란 수주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해외 신규 수주액이 2831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194억원)으로 83% 가량 감소했다. 

대림산업의 올해 3분기 전반적인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실적 개선에는 현지 산업플랜트 건설법인(Daelim Saudi Arabia Co., Ltd, 이하 DSA)의 적자폭 축소가 주요원인이다. DSA는 지난해 3분기 8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의 경우 11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손실을 750억원 가량 줄였다.

적자 사업장의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이란 시장 진출에 대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 대림산업 측의 설명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올해 신규수주가 급감한 것은 적자가 심한 해외사업장을 관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주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올해 사우디 등 중동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은 것은 이란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사우디(수니파)와 라이벌 국가인 이란(시아파)의 진출을 위해 사우디 물량을 전략적으로 조절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사들은 대림산업의 이란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내년에도 저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주택건설 경기 침체라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림산업이 이란 시장 진출의 물꼬를 틀 경우 타 건설사도 연이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이란 정부의 대림산업에 대한 신임도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훈 코트라 이란진출지원단장은 "대림산업의 경우 이란-이라크 전쟁기간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지만 이란 시장에서 철수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이란 정부로부터 견고한 신임을 받고 있을 뿐만아니라 강력한 현지 파트너사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란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이슬람 율법을 따른다"며 "이는 바꿔 말하면 한번 신세진 것에 대한 것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도 가능해, 대림산업이 이란시장에서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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