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한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잇딴 악재에 골머리를 싸메고 있다.

내수시장 입지 약화와 품질 논란에 더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대차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바람잘 날 없는 상태다.

◆ 안방시장 점유율, 마지노선 60%대 붕괴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의 여파로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판매실적은 수직낙하했다.

노조와의 갈등도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교섭 과정에서 총 24차례 파업을 전개했다. 파업 시간은 총 212시간에 달한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는 '역대 최대 파업손실(3조1000억원 추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기아차 노사는 국산차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을 완료하지 못했다. 지난 2일 잠정합의안를 이끌어낸 노사는 7일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약 2조1000억원의 매출손실을 끝으로 대립을 마무리 지을지, 아니면 계속된 마찰로 더 큰 피해를 낼 지를 결정하게 된다.

특히 이 같은 악재들은 현대·기아차의 안방시장 입지 약화로 이어졌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시장에서 각각 4만7186대, 4만3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월보다 13.6%, 4.5% 늘어난 수치지만,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10월 국산 자동차 제조업체 5곳의 내수 총 판매량은 12만6660대다. 이 중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37.3%, 기아차는 31.6%로 총 68.9%(수입차 제외)다. 9월 71.9%와 비교할 때 3%포인트 하락했다.

수입차 판매량까지 더하면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낮아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2만612대로,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를 포함한 10월 판매량은 14만7272대다.

이에 따른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각각 32.0%, 27.2%로, 9월 대비 3.2%포인트 떨어진 총 59.2%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60%대를 밑도는 것은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래 사상 처음으로,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무너진만큼 현대차그룹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세타2엔진이 장착된 YF쏘나타(위), 보증 기간이 연장된 세타2엔진 차종

◆ 세타2엔진·에어백 결함 등 잇따른 품질 논란

현대·기아차는 간판급 모델들의 엔진결함과 싼타페의 에어백결함 은폐 의혹 등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차 미주 법인은 지난달 초 세타2 2.0ℓ와 2.4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2011~2014년 쏘나타를 구매한 미국 고객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원고와 합의했다.

앞서 현대차는 세타2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소음과 주행 중 시동 꺼짐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미국 구매고객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했다.

현대차는 2011~2012년 쏘나타 구매자의 수리비용 전액을 물론, 2013~2014년 고객을 포함해 2011~2014년 쏘나타 구매고객 전원인 88만5000명에게 보증기간을 10년·12만마일까지 연장하고 수리에 따른 부대비용까지 보상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세타2엔진은 현대차의 한 직원이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한국에서는 결함을 숨겼다고 폭로한 엔진이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산 세타2엔진의 경우 미국 엔진 생산 공정의 청정도 관리문제로 발생한 사안으로 국내 생산엔진에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국내와 미국 소비자 간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쏘나타(YF), 그랜저(HG), K5(TF), K7(VG), 스포티지(SL) 등 22만4240대의 엔진 보증기간을 기존 5년 10만km에서 10년 19만km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리콜을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차별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생산된 싼타페 차량의 에어백 센서 결함 등을 알았음에도 '30일 내 리콜 계획 미신고'(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토부가 이 대표이사를 고발한 이유는 지난해 6월 2~3일 생산한 싼타페 2360대에서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에서다.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2294대에 대한 결함을 시정했지만, 앞서 팔린 66대에 대해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고 결함을 시정한 뒤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쏘나타(LF) 2만1021대와 쏘나타 하이브리드(LF HEV) 2959대에 대해서도 리콜을 진행 중이다. 해당 차종 파노라마 선루프의 윈드 디플렉터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아 선루프(창유리)가 차량에서 이탈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결함 논란에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국정 개입 파문의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과 연관…기금 출현·특혜 의혹

지난 2일 검찰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세)이 설립을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800억원대 기금을 출연한 53개 기업에 대해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 중에는 현대차그룹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르재단에 85억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총 128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기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또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올해 9월까지 총 6편의 광고 제작을 맡겼다. 이를 두고 정권 실세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생업체인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기아차의 그랜저, 아이오닉, 쏘울, 쏘렌토 등 4개 차량 관련 광고를 찍었다. 이중 2편은 TV 광고였고, 3편은 프린트 광고, 1편은 인터넷·극장용 광고였다.

플레이그라운드의 대표는 제일기획 출신인 김홍탁씨로,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씨가 설립을 주도한 광고대행사 모스코스 대표를 지낸 바 있다.

또 플레이그라운드가 대행한 현대차 TV광고 '고잉 홈'의 제작사는 차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로 드러났지만, 김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 현대차 측은 정상적인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광고 물량이 넘어긴 것 뿐 특혜는 없었다며 "근거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업체에 대기업 광고를 직접 수주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침체된 내수를 돌파할 방법으로 개소세 인하 혜택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특혜를 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