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연 산업1부장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러온 박근혜 대통령의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4일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최저치를 경신한 5%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기록한 지지율 최저치 기록 6%을 경신한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의 뜻을 알기라도 한 듯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사죄의 뜻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필요하면 검찰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받겠다"고 밝혔다. 만약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면 이또한 헌정(憲政)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하려고 했고, 그런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화답했지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즉각 받고 일방적 총리임명을 철회하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저 정도 갖고 국민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근본적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번지고 있는 시국선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의 반응은 더 차갑다. 갤럽에서 조사한 대통령 지지율 5%에서 드러났듯이 60대 이상(13%)을 제외한 20대와 30대 각각 1%, 40대와 50대 각각 3% 등 전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돌아섰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은 배신감과 모멸감에 분노하고 있고, 박 대통령을 뽑지 않은 사람들은 혹시나 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황망함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실정의 영향인 듯 수출을 비롯한 경제수치 또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세계 무역액이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수출 순위 또한 6위에서 7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한국경제는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이마저도 부동산 활황세와 추가경정예산의 경기부양 효과에 기댄 것이서 경제성장 양과 질 모두에서 빨간불이 커졌다.

이렇듯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켜고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지만, 대국민 담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 대통령은 정권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는 못한 듯하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달라.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라는 안보와 경제를 볼모로 한 박 대통령의 호소가 왠지 씁쓸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빗댄 '순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상실감과 상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언론과 경제계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하겠지만, 대통령과 정치권의 구국의 결단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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