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최순실씨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발 재계 각종 사회공헌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재계 내외부적 공감대 속 활기를 띠던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의혹에 연루되면서 선의의 모금이나 재단 활동마저 백안시 당하거나 향후 자체 검열로 제약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다.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생존 차원에서 단순한 기부나 모금을 넘어 사회적 책임(CSR) 경영, 공유가치(CSV) 창출로 진보를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사회공헌활동도 기업과 소비자, 지역사회, 환경의 유기적인 관리와 성장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일종의 '투자'로서 받아들여지는 토대를 다져왔다.

펄프 기업이 산림강화 활동을 펼친다든지 패드 기업이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진행한다든지 모두 같은 맥락에서다. 소비 주체인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진을 포기하고 단가를 낮춰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최근 기업 생태계는 사회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과 소비자,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주체간 유기적인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본질적으로 생활물가, 서민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는 소비자, 지역상권, 협력사인 중소업체들과의 '상생' 활동에 대한 요구치가 높다.

대형마트부터 최근 장기불황 속 활로책으로 집중되는 복합몰, 아웃렛 출점까지 유통업계가 지역상권, 중소기업들과 이해관계를 두고 부딪히는 경우는 다반사다. 편의점, 빵집 등 출점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최근 70억원대 기부금을 냈다가 되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롯데를 비롯해 신세계, CJ 등 유통업계도 전사 차원에서 지역 상권과의 상생활동이라든지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해마다 기부나 모금, 소외계층 도서·김치 나눔 등은 업계 연례 행사다. 롯데의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한 지역 기업성장 지원이라든지 신세계 이마트의 재래시장과의 상생마트라든지 모두 이같은 요구와 맞물려 활로를 모색한 결과들이다.

사회환원의 형태도 인재양성이나 지역 상생경제에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다시 높이는 활동으로 이어져왔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기업의 한류문화 확산 등 메세나 활동, 체육계 인력 양성 등을 명분으로 이용, 이윤추구를 본질로 상생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모금했다.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띤 것인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부분이겠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은 설립 취지 자체만으로도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명분을 주고 설득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롯데그룹이 지난달 30일 소진세 사장 등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상 외압여부를 두고 소환 조사받았고 검찰 조사는 SK그룹 박영춘 전무까지 이어지면서 재계 몇몇 출연 기업들은 줄소환 가능성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소환당한 SK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폭로한 대로 80억원 후원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경련은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창구로 나섰고 전경련의 요청에 출연한 기업들 중 유통기업들은 상당수 재단 취지에 공감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출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모두 "전국경제인연합회 기부 요청에 대해 한류문화 확산이나 체육계 양성 등 취지에 공감해 출연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은 기업들로부터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 등 총 774억원을 모금했다. 두 재단에 삼성은 가장 많은 204억원을 기부했고 이어 현대차는 128억원, SK 111억원, LG는 78억원을 출연했다. 포스코는 미르재단에만 30억원을 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뿐만 아니라 신세계, CJ, 아모레퍼시픽 등이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 두 곳 모두 출연한 곳이 대부분이다.

롯데그룹은 "설립 당시 45억원 출연은 전경련에서 요청이 왔었고 미르재단은 한류문화 확산, 케이(K)스포츠 재단은 체육인 양성 취지대로 출연했다"고 했다.

이어 "3월 추가로 기부 요청이 왔던 체육관 건립비용 70억원도 사회공헌 취지에서 출연을 결정했던 것"이라며 "바로 5월에 입금했지만 이후 곧 토지불하가 안돼 체육관 건립 자체가 무산됐다며 되돌려줬다"고 했다.

K스포츠재단에 5억원을 기부한 신세계도 "스포츠 발전 지원 취지에 따라 출연한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대한컬링경기연맹 공식 후원사로서 전국 대회 개최, 우수팀 훈련비 지원 등을 통해 후원해오고 있다.

미르재단에 8억원, K스포츠재단에 5억원을 출연한 CJ도 "전경련 요청에 따라 검토 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2억원, K스포츠재단에 1억원을 기부한 아모레퍼시픽도 전경련에서 요청이 왔었고 사회공헌 취지에서 출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전경련이 한류문화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재단을 마련한다며 제안해왔고 케이-뷰티(K-beauty) 대표 기업으로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일보 후퇴를 경험하고 있는 분야 중 재계 사회공헌활동도 빠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현재라면 최근 기업들이 생존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사회공헌활동도 생채기를 피하기는 불가피하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탕이다. 출연을 둘러싼 전개상황이 각종 의혹으로 얼룩지면서 이같은 신뢰와는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다.

출연 취지 순수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재단 설립취지에 공감해 출연했다고 공언하는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이용당한 사례로 남게 된 것만큼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다.

단순한 모금이기는 하지만 명분상이라도 사회공헌 취지에서 출발한 출연이 검찰 조사까지 이어지는 사태로 비화한 것은 재계엔 분명한 상처다. 혹여라도 재계가 유착돼 모금 취지와 전혀 상관없이 진행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점도 변함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 부문 예산들로 기부를 결정했을 텐데 모금액이 최순실 등 사유화를 통해 재단 취지와는 엉뚱하게 쓰였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출연 기업 모두 농간 당한 것"이라며 "이것만으로도 직접적인 피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기업 사회공헌활동들이 여론에 밀려서든 자발적이든 좋은 활동이 많은데 향후 사회공헌활동이나 관련 기업활동이 백안시 당하거나 위축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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