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필자는 1996년에 창립된 한국정보보호센터(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기반기술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사이버패러다임을 주창하며 다가올 사이버세상을 대비하자고 주장하였다.

사이버패러다임이란 종이문서에 기반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기반으로 재 구축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 위해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하였으며, 전자서명법 및 암호이용촉진법 제정의 필요성 또한 역설하였다. 그 결과 1998년 전자서명법이 제정되어 오늘날의 공개키기반구조(PKI : Public Key Infrastructure)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사이버패러다임의 결과인 사이버세상은 우리 모두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사이버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단순한 기술의 개발뿐 아니라 관련 법/제도 정비도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우리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사이버패러다임 이후의 블록체인패러다임을 역설하고 있다.

2008년 비트코인이 창조된 이후 세계는 비트코인의 신뢰성 기반인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파괴적인 또는 혁신적인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연구와 실용화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블록체인을  ‘2016년 10대 떠오르는 기술’의 하나로 선정하였으며, 미국의 대선 후보 힐링턴은 미국정부의 공공서비스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미 학계 및 핀테크업체에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소개 홍보하고 있으며, 몇몇 금융권을 중심으로 실제적인 시범서비스를 추진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블록체인패러다임의 본질에 벗어난 현상들을 보면서, 필자는 블록체인 기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새로운 세상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블록체인패러다임을 역설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미력하나마 우리가 이미 경험한 사이버패러다임과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블록체인패러다임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간단히 개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사이버패러다임과 블록체인패러다임의 본질적인 차이는 "신뢰(Trust)“를 보증하는 방법이다. 사이버패러다임의 경우 기존의 종이기반 업무를 사이버기반 업무로 혁신할 때 "신뢰(Trust)“를 보증하는 주체는 유지되었으나, 블록체인패러다임에서는 "신뢰(Trust)“를 보증하는 주체가 변경된다는 것이다. 즉, 사이버패러다임의 경우 비즈니스모델에 관련된 주체(Market Player)는 변경 없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이루어졌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한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패러다임은 프로세스 혁신을 넘어 시장 주체자(Market Player)들이 혁신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비즈니스모델을 파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야만 한다.

그래서 혹자들은 현재의 "신뢰(Trust)“를 보증하는 주체로 정부, 은행 등을 예로 들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은 정부나 은행들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새로운 블록체인 세상에서도 "신뢰(Trust)“를 보증하는 주체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블록체인 기술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성은 바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블록체인패러다임이야 말로 현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딱 들어 맞는 패러다임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사이버패러다임을 주장하고 사이버세상이 오기까지는 15년에서 20년이 소요된 것 같다. 물론 사이버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예산과 기술개발을 장려함과 동시에 사이버패러다임에 맞는 관련 법·제도를 통해 우리나라가 인터넷강국이 되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블록체인패러다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상이 오기까지 세계 각국은 1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블록체인패러다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기관, 학계, 기업 등이 긴밀한 상호 협력하에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제 더 늦기전에 사이버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블록체인패러다임을 시작해야 한다. 블록체인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사이버패러다임을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패러다임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여, 관련 예산확보 및 기술개발 장려, 그리고 관련 법·제도 정비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블록체인패러다임과 정부4.0”을 역설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정부4.0 이란 현재의 정부3.0 정책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암호학 전문가로 한마디 더 부연하면 국내 암호학 및 정보보호 전문가들도 블록체인패러다임과 발 맞추어 정보보호 패러다임을 재 설정하여야 한다.

블록체인 세상에는 해킹 대상인 서버나 데이터베이스가 중앙화되지 않고 분산화되어(극단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에게 분산) 기존의 정보보호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정보보호 개념을 시작해야 한다.

IoT의 경우만 보더라도 블록체인패러다임의 본질을 앞서 이해한 세계적인 기업들은 블록체인패러다임 맞는 IoT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이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IoT 프로젝트(ADEPT)를 추진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프로필

▷ 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

▷ 현 한국핀테크연합회 이사

▷ 전 (주)비씨큐어 대표이사

▷ 전 한국정보보호센터(현 한국인터넷진흥원) 기반기술팀장

▷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현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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