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근하 기자] LG유플러스가 수탁사의 인원감축을 무리하게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수탁사는 NW(네트워크)유지보수 현장 업무를 도맡고 있어 이번 인원감축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낳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0년 수탁사(ENP)를 출범시켰다. 통신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ENP는 LG유플러스의 망을 유지 보수하고 관련 장비를 고치거나 환경 정리를 하는 등 지역별 망을 책임지고 있다.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핵심적 역할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LG유플러스는 ENP에 지급하는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LG유플러스는 ENP의 채용인원, 운영방식 등 전반적인 부분에 100% 관여하고 있다.

ENP 측 관계자는 “24일 오전 회의에서 경영진은 ‘LG유플러스가 비용을 40% 절감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측이 지급하는 비용 중 80%는 인건비, 20%는 유류비·식대·계측기 임대비·공구 구입비 등이다. 향후 이 가운데 60%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ENP 관계자는 “비용을 대폭 절감하겠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특정인을 해고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을 줄이면 제일 눈치 보는 사람은 10년차가 넘는(연봉이 높은) 기량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15년차 직원 한 명은 31일부로 희망퇴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 조건은 두 달치 월급이다.

LG유플러스의 조치가 그대로 이행될 경우 현재 ENP의 총 직원인 2500명 중 1000여명에 달하는 수준의 인원이 직장을 잃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규모 인원 감축이다.

ENP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측은 이번 통보와 함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니 내년 6월까지 시간을 주겠다. 12월까지 20%를 줄이고 내년 6월까지 20%를 줄여라’라고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단 ‘인원 감축’ 만이 아니다. ENP 직원들의 근무 여건 역시 악화될 상황에 처했다.

ENP 관계자는 “네트워크 장비는 예민하고 정말 조심히 다뤄야 하는데,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기량자들이 해고 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은 사람들이 과연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 총 인원이 2500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나갈 때는 한 명씩 다니는 경우가 다반수다”며 “타사는 2인 1조로 움직이는 데 저희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혼자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지국이나 중계기는 주로 인적이 드문 산 속에 있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장비를 고쳐야 하는 데 혼자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원을 더욱 줄이면 업무 처리가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장비 보수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신고 등과 같은 대처를 할 사람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엘지유플러스 측은 ‘필요하지 않은 일은 인력을 보내지 않겠다. 그냥 고치지 마라. 다음 날 시간될 때 고쳐라’라고 말하지만 내년에 5G가 들어오고 하면 그게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감축 조치에 따른 기량자 이탈은 고객 만족도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ENP 측 또 다른 관계자는 “기량자 이탈은 통신 품질 서비스에 영향을 끼쳐 고객 만족도가 저하 되기도 한다”며 “당초 엘지유플러스가 더 좋은 품질을 만들기 위해 ENP를 출범시켰으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인원절감은 협력업체의 자구책이라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협력사들과 TF를 운영했다”며 “협력업체들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자동화시킴으로써 효율성을 높이자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작업을 지능화시키다 보니 인력이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아도 되는 업무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지능화에 따라 유지보수 업무나 야간 출동 등의 업무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력 활용 업무가 줄다보니) 기존 지급하던 수탁비를 줄였고 수탁사들이 이에 맞춰 자구책(인원감축)을 마련한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원조정은 내년까지 단계별로 진행 중이며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다른 곳을 알아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탁사 측은 LG유플러스가 밝힌 수탁비 절감 배경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ENP관계자는 “하루 평균 200개~300개의 문자(기기 결함 등의 알림)가 날아온다”며 “그 문자를 확인한 뒤 출동을 하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 측이 알람 문자 수신 뒤 출동 여부 현황을 집계하라고 했다”며 “그 결과 ‘문자 200개 중 3%에만 출동한다’고 지적하며 수탁비를 줄이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문자 200개 중 3% 출동’은 LG유플러스 측이 수탁사에 대해 업무 태만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출동 비율은 집계된 것과 다르다.

이 관계자는 “알람 문자가 수신되면 각 ENP 평가에 반영된다. 알람 문자를 많이 수신할 수록 장비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벌점이 부과된다”며 “회사 평가를 위해 그 문자를 최대한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알람 문자 이전에 기기 고장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작업 발행’을 조치하고 보수를 한다”며 “이런 경우 현장에서 일을 해도 집계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회사 평가 감점 요인을 덜기 위해 결함에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 도리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LG는 인화 정신(인간 사이의 화합을 기원)으로 경영하는 곳이라고 하기에 지금껏 버텨왔는데 이번 사태로 미래가 두려워졌다”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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