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기아차가 우울한 하반기를 보내게 됐다. 파업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부진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데 이어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함께 한국 산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악재에 휩싸이면서 4분기 한국경제에 잿빛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눈물 짓는 현대·기아차, 3분기 실적 '쇼크'

현대·기아차는 지난 26일과 27일 각각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장기화된 노조 파업 여파로 국내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다만 글로벌 생산·판매량이 소폭 증가하면서 내수 감소세를 상쇄시켰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세계에서 ▲판매 108만4674대 ▲매출액 22조837억원(자동차 16조6181억원, 금융 및 기타 5조4656억원) ▲영업이익 1조681억원 ▲경상이익 1조4947억원 ▲당기순이익 1조1188억원을 냈다.

판대매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 떨어진 수치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7%, 29.0% 줄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2.4%, 7.2% 쪼그라들었다.

현대차의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69조1110억원(자동차 53조2777억원, 금융 및 기타 15조8333억원) ▲영업이익 4조1723억원 ▲경상이익 6조397억원 ▲당기순이익은 4조6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9%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8%, 6.6%씩 감소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347만7911대다.

회사 측은 이번 노조 파업의 여파로 14만2000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약 3조1000억원 가량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은 ▲매출액 12조6988억원 ▲영업이익 5248억원 ▲세전이익 8793억원 ▲당기순이익 66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3분기 매출은 3.1%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무려 22.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8%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3분기 누계) 기아차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9조7982억원, 1조9293억원, 2조4346억원을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4.9% 확대됐다.

기아차의 3분기 누계기준 글로벌 판매실적은 218만9000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장기화된 파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약 6만4000여대의 생산차질로 인해 약 1조2000억원의 금액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자동차는 11월 중순 6세대 '그랜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 연판매 목표 달성 적신호·신차 등 판매 동력 부족

현대·기아차는 올 4분기 실적 만회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호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현대·기아차가 당초 계획했던 '연간 판매 813만대'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는 글로벌 연판매 501만대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3분기까지의 누적판매 대수는 347만7911대에 그쳤다. 153만2089만대가 모자라는 상황.

올해 연판매 312만대를 목표로 잡았던 기아차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기아차의 현재까지 누적 글로벌 판매량은 214만893대로, 남은 4분기 동안 98만대 가량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0년 이후로 분기 판매량 150만대를 넘어선 적이 없고, 기아차 역시 분기 판매량 90만대 돌파를 기록한 적이 없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목표 달성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아졌다.

또 남은 4분기 동안 판매를 극대화시킬 만한 '신차 동력'이 없다는 점도 우울한 4분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오는 11월 중순 베스트셀링카이자 스테디셀링카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5년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시켜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6세대 신형 그랜저를 통해 남은 4분기 판매를 이끈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에 화력이 붙기엔 올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기아차의 경우도 올 하반기 신형 모닝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노조파업의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내년 초로 출시 시기를 연기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판매호조를 불러일으킬 만한 신차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기아차 사측과 노조는 국산 자동차 제조사 5곳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에서 의견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노조는 여전히 부분파업을 전개하며 "현대차와 임금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올 4분기에도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으로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노트7을 출시 2개월만에 전격 단종했다.

◆ 산업계 빅2, 잇딴 악재에 4분기 실적회복 '글쎄'

국내 산업계 빅2 중 하나인 삼성전자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하반기 최대 주력 모델인 갤럭시노트 7가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발화 논란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리콜과 단종 사태를 겪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7%나 줄어든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47조82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각각 7.5%, 6.1% 줄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손실을 포함해 총 7조원을 웃도는 비용을 이번 실적에 반영했다. 하지만 반도체에서 3조3000억원대, 디스플레이에서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다소 만회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주줏돌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가 잇따른 악재에 휩싸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내수경기는 물론, 성장세가 둔화된 신흥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도 계속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어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노조 파업의 후폭풍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고 제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철도노조는 역대 최장 기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각 기업들은 4분기 부진한 실적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부진을 벗어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