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과 포르쉐는 블로거를 대상으로 시승 행사와 신차 발표 행사를 가졌다. 왼쪽부터 신형 트랙스, 포르쉐 파나메라.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블로거들의 자동차 시승기를 믿을 수 있을까.'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 기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 출시·시승 행사가 블로거들의 유입으로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련된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감지된 자동차업계의 변화다.

과연 블로거들이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21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 호텔에서 자동차 블로거들을 초대해 최근 출시한 신형 트랙스를 시승할 수 있는 '더 넥스트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개최했다.

소수의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전개된 이번 행사는 시승에 앞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트랙스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행사는 경쟁 차종인 쌍용차 티볼리와의 비교시승, 드론 영상 촬영, 슬라럼(콘컵을 일정하게 배치해 빠르게 혹은 자유로운 트릭을 구사하는 레이스) 등 기존 언론 대상 시승행사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행사 후 블로거들의 트랙스 시승기가 잇따라 게재됐고 상당수 블로거들은 트랙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 블로거들의 트랙스 시승기를 살펴보면 "디자인적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정말 이쁘게 나왔다", "소형 SUV 시장을 쟁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 보인다", "디테일을 잘 다듬어 고급스러운 인상을 연출한다" 등 긍정적인 후기들이 적혀 있었다.

한국지엠측은 블로거들을 위해 대량의 선물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트랙스 시승'(왼쪽)과 '파나메라 출시'를 검색하면 블로거들이 작성한 글이 노출된다

행사에 참가했던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포토컨테스트나 SNS 컨테스트 등을 진행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양손 가득 무거운 쇼핑백을 손에 들고 귀가했다"고 적었다.

또 "김영란법 때문에 시승회가 재미없어 졌겠다"라는 댓글에 이 블로거는 "김영란법 적용되는 사람 아니고서야 더 신난다"라고 답을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포르쉐가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언론 대신 블로거와 동호회원들을 초대해 신형 '파나메라'를 소개했다.

같은달 23일부터 25일까지는 전국 판매 딜러별 VIP고객을 초대해 사전 공개 행사를 가졌다.

특히 언론을 완전히 배제하고 파워 블로거와 동호회원만을 대상으로 신차 행사를 진행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차량용 블랙박스 업체 팅크웨어도 이달 5일 진행한 신제품 '아이나비 퀸텀(QUANTUM)' 출시 행사에 언론과 블로거를 동시에 초대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블로거는 김영란법에서 자유롭다'는 유권해석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파워 블로거 등의 운영자가 블로그를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은 이상 김영란법 저촉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제품의 특성상 출시를 전후해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해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출시 행사와 시승기다.

특히 시승기의 경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업체들은 언론 대신 블로거들을 활용해 홍보효과를 내려한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블로거 중심으로 변화되는 홍보 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블로거들의 리뷰를 어느 선까지 믿어야 하는지 분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블로거를 대상으로 시승행사와 신차 출시 행사 등을 진행해 왔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은 블로거들의 시승기에만 의존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블로거 선정 과정을 살펴보면 방문자수와 댓글수 등을 따져 소위 '파워 블로거'들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블로거들의 경우 김영란법 저촉 대상에 해당이 되지 않아 식사나 선물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특히 자동차의 꽃이라 불리는 '시승기'나 신제품 리뷰 등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업체들은 블로거들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 납짝 엎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미 파워 블로거들이 업체를 대상으로 갑질을 하거나 협찬 또는 금품을 받고 좋은 후기글을 써주는 사례가 빈번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었다"며 "파워 블로거에 의존하는 홍보활동에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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