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넷마블이 제작중인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넷마블이 11월 중 출시할 ‘리니지2:레볼루션’은 ‘모바일로 탄생한 최초의 리니지‘를 슬로건으로 한다. 엔씨의 간판 게임 IP를 활용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을 엔씨가 아닌 넷마블이 먼저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 홍보 영상이나 포스터 어디에도 원저권자인 엔씨의 로고를 찾아볼 수 없다. 라이센싱 방식의 업계 개발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엔씨는 오는 27일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제작발표회를 개최한다. 출시는 연말경으로 예상된다. 이 게임 광고 동영상은 '잠들어있던 붉은 기사단이여 깨어나라 단 하나의 리니지로'라는 문구를 담았다.

엔씨와 동맹관계인 넷마블이 ‘최초의 리니지’를 표방한 게임을 먼저 출시할 것을 감안하면 ‘단 하나의 리니지’라는 문구는 ‘우리가 만든 게임이 적통’이라는 자부심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넷마블의 핵심게임 ‘세븐나이츠’와 유사한 멀티 히어로 방식의 롤플레잉게임이다. ‘레드나이츠’라는 상호명 또한 ‘세븐나이츠’의 유명세와 시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이용자 사전모집을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넷마블, 엔씨, 넥슨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방준혁-김택진 동맹 체제가 출범한 후 협력관계를 이어온 양사가 관련 사업제휴 모델을 본격화하며 경쟁관계에 돌입했고 물밑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방-김 동맹은 김정주-김택진 연합의 붕괴로 인해 구축됐다. 넥슨이 2012년 엔씨의 최대주주로 등극했으나 양사가 함께 추진하던 EA 인수 등 해외 M&A가 무위로 돌아가자 시너지를 낼길이 없어졌다. 

엔씨 주가는 넥슨이 구입한 평균가격(25만원)을 크게 믿돌았다. 시일이 지나 지분법평가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야 할 시기가 오자 넥슨 일본 법인 이사회에선 아우성이 쏟아졌다.

이 관계자는 "손실은 형식상 지배기업인 넥슨의 몫이 됐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경영개입을 할 수 없었고 김택진 대표와 엔씨는 요지부동이었다"며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김대표는 최대주주 지위는 내려놓았으나 경영권과 '내가 엔씨의 주인이다'는 기백은 내려놓지 않았던 것이다. 

새롭게 성립된 넷마블과 엔씨의 동맹은 흔들리기 어려울만큼 완벽한 협업구조를 갖췄다.

2015년 2월 넷마블은 3900억원(주당 20만500원)에 엔씨의 자사주 지분 8.9%를 취득했다. 엔씨를 넥슨의 경영권 위협에서 해방시켜준 댓가로 엔씨의 게임 IP를 활용해 모바일게임을 제작할 권리도 얻었다. 엔씨도 넷마블의 유상증자에 참여, 넷마블 지분 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양사가 동등한 규모의 금액으로 비슷한 분량의 지분을 교차 취득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협업 모델도 갖춘 것이다.

넷마블의 상장 시점과 엔씨의 대형 차기작 '리니지 이터널'이 출시될 시기가 맞물린다는 점도 동반 시너지를 낼 요소로 꼽혔다. 엔씨 주가는 넷마블 상장에 대한 기대감, 양사가 선보일 '리니지' 브랜드 모바일 게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크게 상승했다.

넷마블은 주당 20만500원에 엔씨 지분을 취득했는데, 엔씨 주가는 10월 중 3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동맹 구축으로 넷마블은 이미 적지 않은 수익을 낸 것이다. 

양사의 밀월이 끝나고 경쟁 구도가 부각된 것은 엔씨의 '리니지:레드나이츠' 출시가 예상보다 빨라져, '리니지 대 리니지' 격돌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경 엔씨가 '리니지' 브랜드 모바일게임을 자신들이 먼저 내거나 양사가 비슷한 시기에 내는 쪽으로 조율을 원한다는 입장을 넷마블에 전달했고 넷마블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제작 공정이 빠른 만큼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넷마블 관계자는 이를 두고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참신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엔씨 측은 "우리가 그런  요구를 한다해도 넷마블이 받아들일리 없다"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엔씨 입장에서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 레드나이츠' 두 게임 모두 흥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본인들이 만든 게임의 흥행이 우선해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넷마블이 만든 리니지 모바일게임의 국내 매출 중 엔씨 몫은 10% 전후로 추정된다. 해외 서비스로 인한 수익은 5% 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넷마블표 리니지'만 성공하고 엔씨가 만든 '원조 리니지'는 실패할 경우 넷마블의 힘을 빌어 수익을 올릴 순 있으나 엔씨 개발조직은 "우리 IP를 우리 힘으로 모바일게임으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남의 손을 빌렸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아무리 협력 관계라도, 같은 시장을 두고 맞서 싸우는 경쟁관계 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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