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없어 주로 전철을 이용하지만 가끔은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면서 운전자들의 성향이 참 다양함을 느꼈다. 좋은 운전자, 평범한 운전자, 나쁜 운전자 등을 만났다. 이에 생각한 바가 있어 택시 운전자와 지도자와 연결을 지어 등급을 매겨 보았다.

먼저, 상급 운전자다. 일요일에 노원구 중계동에서 용산구 이촌동을 갈 때 만난 운전자다. 이 운전자의 운전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매너 또한 훌륭했다. 일요일 오전인지라 그리 막히지도 않았지만 이 운전자는 운전을 노련하게 했다. 시야를 멀리 보고 앞의 차들을 추월해 나가는데 옆자리에 앉은 나로 하여금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추월해 나가는데 그 솜씨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속도가 꽤 높았음에도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

마치 운전자와 내가 한 몸이 되어 운전을 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그 운전자는 운전 내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차에서 내리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이 운전자에게서 발견한 지도자의 덕목은 노련함, 즐거움, 안전 등이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것, 또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풀어내어 구성원을 즐겁게 해주는 것, 구성원들을 리드해가면서 안전을 지켜주는 것 등이 상급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구성원들은 이런 지도자를 만나면 환호하고 안심하고 지지한다. 이런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운이다.

다음으로, 중급의 운전자다. 상당수의 운전자가 중급의 운전자이다. 택시를 탈 때 가장 자주 만나는 유형의 운전자이다. 승객이 탑승하면 행선지가 어디인지 묻고 출발한다. 행선지가 멀 경우에 승객이 원하는 길이 있는지 묻기도 한다. 특별히 없다고 하면 자신이 익숙한 길로 간다. 가는 도중 얘기를 하는데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다. 정치 얘기, 스포츠 얘기, 경제 얘기, 정부의 정책 얘기 등. 목적지에 도착하면 요금을 받고 인사를 하고 다른 장소로 출발한다.

중급의 운전자는 열심히 추월을 시도하지만 시야가 좁아 결국은 다른 택시에게 늘 뒤진다. 달리다가 여유가 있는 차로만 보면 그 쪽으로 차선을 바꾸지만 이내 바로 앞에서 다른 차 때문에 속도가 줄어든다. 열심히 하지만 아주 특별한 성과는 없다. 이런 운전자는 특별히 좋지도 않지만 특별히 나쁘지도 않다. 그저 무난한 운전자다. 이 운전자와 같은 지도자도 특별하지 않다. 임기 내내 특별한 일이 없이, 한마디로 대과 없이 임기를 마무리한다. 큰 과실은 없지만 큰 성과도 없다. 이런 지도자가 다스릴 때의 구성원은 그냥 평범하다. 사실 나쁜 지도자 안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적어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마지막으로, 하급의 운전자다. 2년 전에 가족과 함께 지방에 갔다가 밤에 상경했다. 반포의 고속터미널에 내리니까 새벽 2시가 넘었다. 택시 승강장에 가서 택시를 탔는데 첫 느낌부터 좋지 않았는데 역시나 고속터미널에서 한남대교 전까지 가는 동안 급정거, 급출발을 반복했다. 앞에 차량이 조금이라도 늦거나 끼어들기라도 하면 경적을 세게 누르고 욕설을 해댔다. 이 운전자의 난폭함은 한남대교를 넘어 강변도로를 지나 동부간선도로로 접어들면서 더 심해졌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추월을 시도하는데 충분한 간격을 두고 추월하는 것이 아니고 앞차의 바로 직전까지 갔다가 서둘러서 차선을 바꾸며 추월하는 것이었다. 뒤에 있는 아내와 딸들이 불안해할 것 같아 말을 하려다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을 사람 같아 그저 목적지까지 무사히 당도하기만을 바랐다. 목적지에서 내리고 속으로 안도하는데 딸들이 무서웠다고 했다.

이 운전자는 승객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목적지에 가서 돈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었다. 이 운전자 외에도 승객이 타기 직전까지 차내에서 흡연을 하여 차내에 담배 연기가 남아 있게 하거나, 승객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듣거나, 승객이 대화하고 싶지 않을 때도 계속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운전자와 같은 하급의 지도자를 만나면 구성원들은 몹시 피곤하고 힘들다. 지도자의 권한을 무기로 구성원들을 자기 마음대로 이끌어 간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기분을 살피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러다 행여 구성원들이 불평을 하거나 항의라도 하면 화를 내고 모든 정책의 잘못됨을 구성원의 탓으로 돌린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상급의 운전자처럼 우리 국민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모시는 지도자를 고대한다. 국가를 위하고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권력에만 관심이 있고, 자신들의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지도자들 보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다. 마치 격 떨어지는 영화를 비싼 돈 주고 봐야만 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 최성원 칼럼리스트

최성원은 시인이면서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과, 브랜드 연구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아행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과 저서 ‘10일만에 끝내는 현대시’ 등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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