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노조와의 갈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낸 국산차 업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임단협)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노조의 하투(夏鬪)가 '추투(秋鬪)'로 이어지는 장기전에 돌입한 만큼, 사측과 노조는 한치의 물러남 없는 '이판사판'식 혈전을 치루고 있다.

반면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은 추석 연휴 전 임단협 타결에 성공하며 경영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다음주 5일 연속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23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개최된 올해 임금협상 25차 교섭이 큰 소득 없이 끝난데 따른 행보다.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8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지만 확연한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제자리 걸음중이다.

이날 협상에서 노조는 추가 임금인상안을 제시하라고 강력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별다른 추가안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도출됐던 1차 잠정합의안은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예년보다 낮은 임금 인상폭을 이유로 찬반투표에서 78.05%의 역대 최고 반대율을 기록하며 부결됐다.

당초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205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었다.

교섭과 별개로 노조는 부분파업을 전개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21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22일에는 6시간, 23일에는 1조와 2조가 각각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현재까지 총 19차례 이어진 파업으로 차량 10만1400여대, 총 2조23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매출손실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2013년 2조2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기아차 노조도 이달 22일과 23일 잇따라 4시간 퇴근투쟁을 펼치며 사측에 대한 요구안 관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노조는 27일로 예정된 본교섭 이후 28일 퇴근투쟁과 부분파업을 각각 2시간씩 전개하고 29일 본교섭, 30일 퇴근투쟁 4시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국산차 업체 중 가장 늦게 임단협을 타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조가 상여금과 통상임금 확대를 집중 요구하며 사안이 받아드려질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

기아차 노조는 "상여금과 통상임금은 자율적 노사관계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결정에 따른 요구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의 기준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측은 수당 인상이 오히려 노동조합 내에 갈등이 된 사례가 많다며 제반상황을 고려해 총액임금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현대차와 임금 차별 철폐,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단체협약 개정, 임금피크제 적용 시 일자리 창출안 제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임단협 타결의 마지노선으로 두고 노조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현대차나 기아차와 달리 파업 없는, 비교적 평화적인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빠른 시일내 노사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는 14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이달 6일 노사 상생 타결 격려금 400만원 지급, SM6, QM6 신차 출시 격려금 등 300만원 지급, 기본급 평균 3만1200원 인상, 상반기 생산성 격려금 150%와 이익배분(PS) 200만원 선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끌어냈다.

이어 노조는 '2016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지만, 63.8%가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은 부결됐다.

이와 관련, 최근 SM6, QM6의 인기에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근로환경 개선 방안이 잠정합의안에 추가되지 않았고 인력 충원 등의 요구사항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부결로 이어졌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르노삼성은 QM6 월 5000대, 연간 6만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하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만약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는 근로환경 개선방안이 반영된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못 할 경우 노조가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쌍용차는 지난 7월 일찌감치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고,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9일 잠정합의안을 최종 가결시키며 추석 전 임단협을 끝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 전 임단협을 완료하지 못한 현대차 노조 등 강성노조들은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들 노조는 어차피 장기전에 돌입한 만큼,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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