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KDB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파견한 경영관리단이 유흥업소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실상 ‘흥청망청’ 쓴 데 대해 감사원이 문제를 지적했으나, 산업은행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감사에 나선 산은이 관련자 대부분에게 면죄부를 주는 등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국회 정무위, 서울 강북을)이 23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영관리단 감사보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은은 감사원이 관련 규정 위반 사항을 조사해 조치하라고 통보한 경영관리단 임직원들에 대해 지난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2명에게 ‘견책’을, 6명에게는 ‘주의 촉구’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과 견줘 산업은행의 자체 감사 결과가 질과 양 모두에서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산은은 규정 위반과 관련해 8명에게만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감사원 자료를 보면, 산은 경영관리단이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유흥업소나 골프장 등에서 지출을 한 사례가 7개 회사 15명에 이른다. 주말이나 공휴일, 연가 중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직원도 13개 회사 26명으로 집계됐다. 업무추진비 한도를 초과해 사용한 이들도 9개 회사 18명이었다.

산은이 처분한 징계도 미미한 수준이다. 산업은행 취업규칙을 보면 견책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다. 주의 촉구도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처분이다. 게다가 견책과 주의 촉구 징계 대상자로 올린 8명 가운데 4명은 퇴직자라 실효성이 없다.

산은은 관련자들의 소명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식으로 감사원이 집어낸 대부분의 사안에 면죄부를 줬다. 산은 경영관리단이 유흥업소와 골프장, 노래방 등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는 장소에서 1903만원을 썼다고 파악했으나, 90% 이상인 1719만원의 지출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줬다. “파견회사 직원들과의 단합을 사유로 유흥업소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회사에 파견된 경영관리단장은 유흥주점에서 쓴 돈이 728만원이나 되는데도, 이런 소명을 인정해 전액을 정당한 지출로 간주했다. 규정을 위반했다고 인정된 이는 3명에 그쳤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업무추진비를 목적 외로 사용한 금액도 모두 3400여만원으로 파악했지만 체육대회 행사 경비 등으로 썼다며 3100만원 이상에 대한 소명을 인정하고, 허용된 업무추진비를 초과해 집행한 것에 대해서도 관행상 파견 기업 제반 경비 결제에 사용한 것이라며 대부분 소명을 인정했다.

앞서 감사원은 “출자회사에 파견된 한 직원은 128㎡에 달하는 임차사택을 제공받아 혼자 살고, 다른 직원은 사적 용도로 업무용 차량을 지원받기도 했다”며 “경영정상화 약정에 따라 정해진 운영경비 처리기준 범위를 초과해 주말에 자택 인근, 유흥업소 등에서 집행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채권단이나 주주들을 대표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감시해야 하는 경영지원단에 대한 산은의 이런 솜방망이 처분을 볼 때 거듭 밝힌 쇄신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용진 의원은 “감사원의 심각한 지적을 받고도 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산은이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심증인을 참여시켜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의 질타에 못 이겨 쇄신안을 발표하고도, 실제로는 변화와 반성 없는 그 모습이 롯데그룹과 비슷하다”라며 “산업은행을 공공부문의 롯데로 규정하고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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