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열차는 다섯 구간 전에 있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눈을 반짝이며 한 쪽으로 다가간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할머니 한 분이 검정 비닐봉지를 뒤집어 털고 있었다. 비닐봉지에서 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략 두 줌 정도 되는 양이다. 이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여기저기서 비둘기들이 날아왔다. 그 과정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며 자리를 피했다. 어떤 아주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할머니는 비둘기들이 쌀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녀나 손자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 듯했다.

지상에 있는 전철역을 이용할 때면 비둘기들을 보게 된다. 승강장 위 건물에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승강장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고는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은 멀리 피해 가거나 겁에 질려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전철역에서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을 걸고 홍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이 여전히 모이를 주고 있다. 이들은 비둘기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자신이 주는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며 만족을 느끼기 위해 먹이를 줄 것이다. 이들에게 비둘기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의 생각을 하나의 신념이라고 한다면, 이 신념은 다른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법, 제도, 규칙 등이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 때문에 법과 제도 등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신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이 우리 사회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겠지만, 잘못된 신념이 표면화되어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면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가령 보편타당한 사회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불특정다수를 향한 테러 행위를 저지른다면 그 결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잘못된 신념을 가진 자가 사회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은 사회의 범주를 뛰어넘어 국가적, 세계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올바른 신념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적도 많다.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켰다.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많은 반대를 뚫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여 전쟁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다. 그와 반대로 게르만 민족주의와 반유태주의로 무장한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약 600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했다. 또 왜곡된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집단들에 의해 발생한 테러로 전 세계가 얼마나 몸살을 앓고 있는가.

신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신념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동력이다. 그런데 잘못된 신념은 늘 문제를 일으킨다. 내가 가진 신념이 나와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지 늘 지켜봐야 한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자신의 신념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으면 안 된다. 주변 참모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최성원 칼럼리스트 약력

최성원은 시인이면서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과, 브랜드 연구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아행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과 저서 ‘10일만에 끝내는 현대시’ 등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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