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2016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싼 자동차 업계의 노사 갈등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가 8월 초부터 집단적인 휴가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회사는 근로자들이 작업하기 어려운 '혹서기'를 휴가일로 잡는다. 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부터는 파업 등 노조 투쟁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과 고조됐던 투쟁 의지가 휴가 이후 상실돼 빠른 시일내 협상이 종료될 것이란 상반된 예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 업체들은 8월 초 공장 문을 닫고 대대적인 휴가를 갖는다.

사무직의 경우, 공장 근로자와 달리 개별적으로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시기에 함께 일손을 놓는다.

우선 현대차는 이날부터 8월 7일까지 9일간을 여름휴가 기간으로 정했다. 앞서 21일 현대차 노사는 제14차 교섭을 개최하고 임금피크제 확대 등을 비롯한 여러 쟁점들에 대해 논의를 거쳤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 기간 중에도 실무교섭을 열어 접점을 좁힌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가 8월 '2차 총파업'을 예고하며 전투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또 노조는 지난 27일 첫 파업을 실시했던 19일 이후 5번째 부분파업을 벌이며 강력한 투쟁의사를 내비췄다.

이날 1조 근무자 1만5000여명이 오전 11시30분부터 4시간 파업을, 2조 근무자 1만3000여멍이 오후 5시30분부터 6시간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5번의 연이은 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차질과 25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동안 휴가에 들어가는 기아차는 휴가가 끝나는 대로 내달 9일 '노동 쟁위행위 찬반투표 조합원 총회'를 열고 파업 계획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기아차 사측은 부분파업에 참여한 노조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22일 노조가 쟁의권 없이 4시간 부분파업을 벌여 회사가 약 94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박주기 노조 광주지회장과 더불어 소하·화성·판매·정비 등 5개 지회 간부를 고소하는 한편,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7일 개최된 제7차 임단협도 결렬됨에 따라 기아차 노조 측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가 휴가가 끝나는 직후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어내고, 파업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국지엠은 8월 첫째주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춘다.

이달 1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 요건을 충족시킨 한국지엠 노조는 22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하며 '3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이틀을 놓쳤다.

한국지엠 노사는 28일 제22차 교섭을 열었지만 큰 성과 없이 종료됐다. 노조는 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께 본격적인 파업일정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여름휴가 전 노조 측과의 임단협을 완료하려던 르노삼성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특히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로 향후 거취가 불분명해짐에 따라 노조와의 협상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반면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 중 유일하게 여름휴가 전 임단협 협상에 성공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은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달 26~27일 제20차 협상에서 도출된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 결과, 투표 참여조합원(3356명)의 61%(2044명)가 찬성표를 던져 최종 가결됐다.

쌍용차는 이로써 2010년 이후 '7년 연속' 무분규 교섭이라는 명패를 거머줬다.

올해 자동차 업체들의 노사 대립 과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가 이후 노조 측의 투쟁 강도는 더욱 거세지면서 장기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기아차 노조의 경우 노조위원장과 간부들이 고발 당함으로써 반발감이 커진 상황이다. 휴가 직후 조합원 총회가 계획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다른 관계자는 "여름휴가 전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 임단협 조기타결 기념금과 휴가비를 두둑히 받는 시나리오를 예상했던 노조원들이 경우, 파업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파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회사손실액이 커질수록 동정론까지 나오고 있어 임단협 협상이 빨리 끝나길 희망하는 근로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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