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지 2년이 지났다.

박재붕 경제부장

그동안 삼성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히 진행해 왔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점은 JY(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2년이 지난 지금 거의 불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JY는 그동안 외부에 대놓고 경영권 승계를 외쳐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경영에 필요한 자기자본 확보, 최고경영자 취임 선언, 상속 절차와 세금납부 등등…

하지만 삼성은 지난 2년간 세 번에 걸친 놀랄만한 경영 결단을 내렸다.

지난 2014년11월 삼성전자 IM부문 직원 6000명 구조조정, 또 삼성-한화그룹간의 방산.화학사업 빅딜, 마지막으로 삼성-롯데그룹간 빅딜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전자의 IM(IT와 Mobile)부문 직원 6000명에 대한 구조조정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앞에서는 애플과 신제품 경쟁을 벌이고 있고, 뒤로는 저가 경쟁력을 무기로 거칠게 따라붙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받고있던터라 ‘잘 나가는 삼성이 왜 굳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가?’에서부터 ‘구조조정이 필요하더라도 과연 지금이 적기인가?’하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구심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또 삼성-한화 빅딜은 거래 규모만 약 2조원대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간의 빅딜로는 최대 규모였다.

이 빅딜로 인해 재계서열 10위였던 한화그룹은 한진그룹을 제치고 단숨에 9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대부분 사람들은, 심지어 전문가들도 삼성에서 오판한 것 아니냐?, ‘굳이 잘 나가는 기업 4개를 한화그룹에 헐 값에 넘길 이유가 있었나?’라고 의아해 했다.

삼성-한화의 빅딜이 있고 난 지 11개월 만인 지난 2015년10월 삼성은 또 한번 대형 결정을 내린다.

바로 삼성그룹 화학사업 부문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삼성-롯데 빅딜 규모는 총 3조원으로 오히려 삼성-한화 빅딜보다 더 규모가 컸다.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한 화학 전 분야에서 과감하게 손을 떼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목표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삼성은 2016년 현재에도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도대체 언제쯤 끝날까 의심이 들 정도로, 삼성은 강력한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JY의 경영방침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선대 CEO들이 기치로 내세웠던 손대는 사업에서는 모두 1등을 해야 한다는 ‘제일주의’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경영방침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석유화학 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작정이 아니라면 빅딜을 통해서 한화그룹에 넘긴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다.

실제로 삼성-한화 빅딜이 발표됐던 2014년11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유가는 배럴당 약 75달러 였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약 79달러 였다.

그러나 1년2개월이 지난 지난 1월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약 33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34달러까지 떨어졌다. 빅딜 발표 즈음과 비교할 때 국제유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만약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2015년 한 해동안 약 1000억원의 손실을 맞이 했을 것이다.

향후의 시장을 예상하고 과감하게 빅딜을 단행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JY은 또 21세기 기술 전쟁은 에너지의 전환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했던 석유 대신, 21세기에는 전기 에너지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그룹에게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향후 IT전자 업종을 놓고 경쟁관계에 놓일 기업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삼성은 이미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있는 현대차그룹과 IT전자 분야에서 경쟁관계인 LG그룹을 빅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히려 한화와 롯데에게 석유화학을 넘겨주면서 현대차와 LG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게 만든 것이다.

삼성은 향후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와 TV, 그리고 가전제품에 이어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바이오사업 분야로 진출할 의지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은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미래의 변화를 전망하지 못하고 다양한 분야에 역량을 분산시키는 기업들은 조만간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8세기 전유럽을 제압하고 러시아원정까지 갔다가 결국 실패한 희대의 영웅 나폴레옹의 유언은 “적이 둘이면 이길 수 없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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