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남평화상가는 가방, 의류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도매시장입니다. 지난 30~40년 동안 직접 가방을 만들고 팔아온 장인들이 주축이죠. 이제는 젊은층도 두텁게 형성돼 있어요. 싸지만 질 좋은 국내 유통 가방 60~70%는 저희 남평화상가가 제조합니다"

박의식(68) 남평화상가 대표는 "앞으로 동대문 시장이 살아남는 길은 제품력뿐"이라며 "상가 전 제품의 브랜드화도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박 대표는 20살 나이에 가방 제조회사를 시작, 가방 제조·판매업에 몸 담은지 올해 꼬박 49년째다. 박 대표의 가방 제조는 남평화상가 태동과 함께 했다. 남평화상가는 지하1층~1층 가방전문, 2~3층 의류전문매장으로 구성돼있다. 남평화상가는 일대 제일평화·신평화·청평화 등과 함께 동대문 도매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개장 당시 상인들이 하나둘씩 입점했지만 개시조차 못하던 남평화상가였다. 기존 의류에 가방을 도입, 판매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가방을 판매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임대료 체납 한번 없이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220여 의류점포, 480여 가방점포 모두 700여개 점포의 남평화상가를 관리하는 대표까지 약 27년이 걸렸다. 그는 "제가 남평화 상인으로서 애환을 겪었기 때문에 저만큼 시장 사정을 잘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상가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평생을 남평화시장에 몸담아왔고 시장과 부침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그는 "제조 생산지로서 남평화 미래는 '수직생산'에 있다"고 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수직생산이란 개별 상점내에서 전혀 새로운 디자인 등으로 제품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동일하거나 엇비슷한 제품을 여러 상점들이 똑같이 생산하는 것이 수평생산이라고 한다면 수직생산은 각 상점만의 독특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다. 제품별 판매 수량과 기간을 줄이고 신규 제품에 주력하는 것이다. 상점별로는 서로 겹치는 상품이 없게 된다. 

그는 동대문 시장의 향후 돌파구, 대책으로 이같은 생산방식을 제시했다. 결국 제품을 다양화하는 것,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이같은 수직생산의 핵심으로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이를 위해 "제 경우 가방 가죽 핑크 색상만 하더라도 블루핑크, 인디핑크 등 15가지, 가방 한개 디자인마다 기본적으로 28가지 색상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동대문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재고를 없애야 한다"며 이것이 동대문의 미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기존은 일례로 1만5000원 하는 클러치백이 창고에 들어가서 하루 지나면 7500원, 한달 지나면 거기서 다시 반값, 거기에 관리비까지 적자를 키우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남평화처럼 '도매' 상가는 값싸고 질좋은 제품력을 기반으로 (소매상인)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브랜드화도 필수다. 이젠 좋은 제품의 브랜드화를 통해 한류로 세계 시장까지 한번 더 도약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남평화, 동대문은 이제 브랜드화에 주력해야 합니다. 동대문의 싸고 질좋은 제품도 '그래 봐야 시장 상품'이라는 오명을 벗질 못하고 있습니다. 상점마다 만들어 파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각 상점이 제품에 브랜드를 붙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독자적이고 상품가치가 아무리 높은 제품이더라도 브랜드가 없다 보니 '시장 상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요즘 가성비, 가성비 하는데 저희 시장은 최상급 가죽으로 만든 가장 좋은 가방 가격도 3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도매니까 질이 좋고 싸기까지 한 남평화상가 가방이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상인들의 약한 브랜드 인식을 바꿔 이를 갖추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저희 제품을 아는 국민들은 소수"라며 "국민의 10%로도 저희 제품을 직접 접하지는 못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우리 시장 물건을 국민 30%만 바로 접해도 매출은 엄청날 것"이라며 "그동안 저희가 생산자로서 국민들께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숍인숍' 개념으로 자사 제품부터 진열해 알리는 방안을 하나씩 실천해오고 있다. 또한 소매상인이 아닌 소매고객들도 수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소매상인들은 이 디자인, 저 디자인, 몇 종, 몇 개, 총 가방 얼마치 이렇게 세트 단위로 주문한다. 상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결국 상점별 구입 요구기준이 있어 소매 개별고객은 도매가 구입은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한 개별 소매고객들은 물건을 집었다놨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진열을 헤집어놓다가 결국 안 사고 그냥 가기 일쑤여서 도매상들로부터는 기피대상이다.

박 대표는 "남평화상가는 기본적으로 도매시장"이라며 "하지만 인근 동대문 관광도 활성화되고 있어 향후엔 소매 또는 도매전용카드, 쿠폰 등을 만들어 소매를 원하는 상점과 개별고객을 구별하고 또한 소매쇼핑 시간 제한을 두는 등 방안 몇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경우 소매 개별고객들은 도매금으로는 안 되겠지만 약 15%, 20% 저렴한 가격대에 구매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주변 소매상들과의 상생을 위해 소매시장과는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저희는 또 긴 시간 아닌 구매가 집중되는 시간대 5~7시간 영업하고 폐장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남평화상가 가방매장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오전 12시까지 12시간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영업시간 축소나 시간대 변경 움직임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사실 도매는 오래 문을 연다고 되는 장사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이어 "상점마다 대부분 고객들이 집중되는 시간대가 있고 또 다르다. 최근엔 택배도 잘 되고 스마트폰, SNS 등 발달로 시간을 정한다는 것도 사실 의미가 없다고 본다. 24시간 주문가능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무한경쟁에 직면, 신규 도매고객 확보 등 근간을 위한 고민이기도 하다. 

"남평화상가를 중심으로 동대문 시장은 글로벌 명품 시장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입니다. 명실공히 외형과 내실을 모두 혁신하고 매장 방문고객들을 위한 남평화상가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대표직에 오른지 4개월 남짓한 기간이지만 시설 등 각종 업무환경 개선과 함께 낙후된 재래시장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력해오고 있다. 

그는 "동대문은 그동안 도매라고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없이 고객에게 너무 불친절했던 게 사실"이라며 "건물이나 서비스, 제품 모두 친절하게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 상인들에게도 친절한 남평화가 되겠다. 배당금을 더 받는 경우는 있어도 잘 된다고 임대료를 올리지는 않겠다"며 "상점 중 임대가 80%로 대부분인데 마음놓고 장사하도록 해줘야 한다. 다른 상가로 가버리면 결국 손해"라고 했다. 

특히 흡연장소 조성, 화장실 핸드 드라이어기 설치, 매장내 상점별 LED 조명이라든지 현대화된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또 내년엔 백화점 고객 서비스처럼 안내원을 두고 매장을 소개하고 고객응대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식당, 휴게소라든지 미화원, 경비원 등 관리직원들의 복지시설 등 일할 만한 장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의식 대표는 동대문시장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도 빼놓지 않고 있다. 

"향후 가능하다면 가방 제조공장에서 30~40년 평생을 일해오신 분들의 제조 노하우를 전문학원 등을 통해 전수하려고 합니다. 남평화상가 입점 전 상점 모두 자신들의 브랜드를 달고 세계 시장을 누비면서 글로벌 한국 제품의 산실이 되겠습니다"

남평화상가는 상점별 LED 조명을 통한 인테리어 개선 등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제공 = 남평화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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