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들을 불러 강도 높은 혁신과 시장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2015년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 이어 7개월만이다.

정 회장은 "어려운 외부 환경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끊임없는 혁신만이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여러가지 암초로 연간 사업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사업전략을 재점검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등 총 60여명이 참석해 올해 상반기 지역별 실적과 경영환경을 점검하는 동시에 하반기 생산, 판매 전략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총 322만4196대를 판매했다. 주요 수출시장인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에서 수요가 급감한 반면, 유럽과 인도 등의 시장에서는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지난해 판매량 336만6287대보다 4.22%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

정 회장은 글로벌 저성장 지속, 신흥시장 침체 심화 등 힘겨운 시장상황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양사 해외법인장들을 격려하며 "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시장 변화를 먼저 이끄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해외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한 점검 강화와 판매 확대를 위한 글로벌 AS 활성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신차 마케팅, 멕시코 및 중국 창저우 공장의 성공적 가동 등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판매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 전 부문에서 업무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제네시스 G80, G90(국내명 EQ900)의 성공적인 미국 론칭을 통해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도 주문했다.

이달 7일 공식 출시된 G80은 사전계약를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5000대를 돌파하는 등 국내시장에서의 상승세를 해외에서도 유지하자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정 회장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와 함께 생산, 판매 능력을 배가시켜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고착화된 저성장 기조와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2.4% 성장하며 지난해에 이어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상반기 유럽과 중국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2.5% 성장했지만 하반기는 주요 세계 시장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며 2.2%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반기 9.1%로 나름 선전한 유럽시장의 경우 브렉시트 결정 이후 소비심리 위축의 여파로 하반기에는 0.7% 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시장도 하반기 성장률이 1.2%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만에 최저 성장률인 연간 1.3%에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선진시장과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부진에도 불구, 중국과 인도는 하반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정부의 구매세 인하 정책으로 인해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9.3% 뛰어오르고, 인도도 금리하락의 영향으로 8.4%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차급별로는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요가 늘어가는 가운데, 각 정부의 환경차 보급 정책으로 인해 환경차의 인기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우선적으로 SUV 글로벌 생산량을 확대하고, 소형 SUV를 주요 지역에 신규 투입시킬 예정이다.

현대차 싼타페

원활한 SUV 공급을 위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만 생산하던 중형 SUV 싼타페를 앨라배마공장에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글로벌 각 공장에서 투싼과 스포티지 등 준중형 SUV의 생산비중을 높여 하반기 판매를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인도 전략 차종으로 출시되며 올해 상반기 인도시장 내 RV차량 1위를 기록한 소형 SUV 크레타의 판매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지난 3월 국내시장에 선보인 소형 SUV 니로의 하이브리드(HEV)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론칭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 걸기에 나선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차량인 G90를 미국, 중동에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G90와 함께 G80를 동시에 선보이며 '제네시스'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기아차도 신형 K7 출시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쓸 계획이다.

환경차 글로벌 라인업도 강화한다. 아이오닉 HEV 및 EV(미국, 유럽), 니로 HEV(미국, 유럽, 중국), K5 HEV(미국) 및 K5 PHEV(미국, 유럽) 등 올해 국내에서 선보인 친환경차를 주요지역에 차례로 출시,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이달 20일 예고된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브렉시트,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침체 등 대내외적인 부정적 상황에 따른 실적부진 대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로 813만대(현대차 501만대, 기아차 312만대)를 내걸었다. 상반기까지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39만여대, 145만여대를 판매했다. 올해의 절반이 지난 상황이지만, 당초 목표의 5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목표 판매대수로 820만대를 설정했던 현대·기아차는 각각 496만대, 305대 등 총 801만여대를 판매에 그치며 목표달성을 이루지 못한 전례가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813만대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사드배치로 인한 글로벌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에서의 부진,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 시장 변화, 노조 파업에 따른 공장가동률 감소 등의 영향으로 현대·기아차는 2년 연속 '글로벌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악재에 대비하는 한편, 하반기 판매전략을 재점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법인장 대상의 회의는 매년 상·하반기에 개최되는 연례행사"라며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해외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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