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금융위원회가 '사잇돌 대출' 홍보비 마련으로 시중 은행 임원들을 집합시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는 '사잇돌 대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10%대 금리로 서민대출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인데 고객을 더 확보해야 하는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4대 개혁 중 하나로 금융개혁을 언급하며 '사잇돌 대출 같은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금융위가 나섰다.

이에 금융위는 '준비 상황 점검'이라는 명목하에 朴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당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으로 사잇돌 대출 담당 은행 임원들을 줄줄이 호출했다.

이날 금융위는 "정부 금융정책에 맞물려 사잇돌 대출을 적극 알려야 한다"며 "홍보비 12억원을 마련하라"고 은행 임원에게 일방적 통보를 내린 것이다. 

이는 금융개혁을 내세워 은행 임원을 집합시켜 정책성 금융의 비용 부담을 떠넘기려는 전형적인 관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모임에 참석한 시중 은행 담당자는 "금융위 과장이 은행 임원 불러 놓고 일방적 지침을 내리는 이런 모임에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일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은 정부 주력 사업 홍보를 위해 금융회사를 독촉한 일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금융개혁 광고비로 금융 협회에 8억원을 요구했고 최근 금융위의 핀테크(금융과 첨단기술의 결합) 홍보대사인 배우 임시완이 나온 영화표 수만장을 은행들에 사실상 강매해 구설에 오른바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같은 금융업권과 서로 필요성과 공감대를 느껴 진행한 것이며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잇돌 대출은 서울보증보험 및 9개의 은행과 함께 보증보험 연계 중금리 상품이다.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에서 중·저 신용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중금리 시장을 형성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대출이다. 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를 공동으로 하는 방식이며,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통한 은행의 중금리 대출 정책이다.

현재 고신용자는 5% 미만의 저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지만, 중·저 신용자는 일반 은행 대출 상품을 이용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2금융권 또는 사채를 이용하게 되는데, 20% 이상을 넘어 수 천%까지로 금리가 엄청나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가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확대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다.

금융당국은 사잇돌 대출 상품을 출시해 중금리 시장 활성화, 고금리 사채업자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을 낮추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 주요 취지다.

그러나 사잇돌 대출의 내용을 놓고 보면 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이 이미 선보인 중금리 대출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평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개혁의 전제인 규제 완화와 관치금융 탈피 없이는 성공적인 개혁이 어려울 것이다"며 "금융개혁이 취지에 맞게 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집합'이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탈피해 모범이 되야 하며 관치의 모습을 벗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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