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FPS '오버워치' 캐릭터 일러스트 <사진=블리자드>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블리자드의 신작 FPS(1인칭 슈팅) 게임 ‘오버워치’가 국내 PC방 점유율 30%를 넘어서면서 그 경쟁력에 대한 재조명이 요구되고 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부터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까지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구축해온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출시된 오버워치는 게임트릭스 집계 기준 PC방 사용량 점유율 11.67%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후 1개월여 만에 점유율 30%를 넘어선 오버워치는 203주 연속 1위를 지킨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제쳤다.

이달 24일 기준 오버워치의 점유율은 30.09%, 리그 오브 레전드는 28.6%다. 다음으로 넥슨의 FPS ‘서든어택(8.27.%)’, EA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3(5.53%)’,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98%)’,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25%)’ 등이 각각 1자리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오버워치의 기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맹렬하다. 25일 슈퍼데이터 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오버워치의 5월 매출은 2억6900만달러(약 3155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출시일을 감안하면 단 1주일만의 성과다.

◆ 프롤로그 넘어선 입체적 세계관과 캐릭터에 감정이입

블리자드의 FPS 게임 '오버워치' 스크린샷 <사진=블리자드>

오버워치의 이 같은 흥행 요인으로는 기존 FPS 게임들과 달리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 등 AOF 게임과 같은 영웅적 캐릭터를 강조하고 초보자들도 쉽게 죽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점 등이 꼽힌다.

캐릭터성이 강한 만큼 초보자들의 플레이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부여되며 이는 블리자드가 구축한 게임의 배경 세계관에 따른 것이다.

오버워치는 인공지능 로봇 ‘옴닉’과 인류의 대립에 따라 탄생한 특수부대 ‘오버워치’와 이것이 변질된 ‘블랙워치’ 등을 중심으로 하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따라 ‘리퍼’, ‘솔저:76’, ‘D.VA’, ‘위도우메이커’, ‘트레이서’, ‘윈스턴’ 등 개성 강한 캐릭터가 제공되며 플레이어의 감정 몰입을 유도한다.

블리자드의 이 같은 스토리 역량은 간판 흥행작인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가 RPG(역할수행게임)에 필수적이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는 ‘디아블로’, ‘메피스토’, ‘바알’ 등의 악마를 상대로 싸우는 영웅들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배경 그래픽과 음악 등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 한 온라인 RPG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첫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아제로스’라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오크 종족의 전쟁이 스토리의 시작이다.

단순히 주인공이 악역을 물리치는 것이 아닌 두 종족간의 갈등을 그린 만큼, 각 진영의 영웅 캐릭터가 존재하고 이는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의 판도를 바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서 다양한 세계와 대륙의 추가로 확대됐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국산 게임들과 달리 세계관 확장 위주의 패치를 지속해 호평을 받아왔다.

블리자드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일러스트 <사진=블리자드>

최근에는 워크래프트의 IP(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개봉해 12일만에 3억7761만달러(박스오피스모조 집계)의 수익을 내 게임 산업이 타 콘텐츠 영역까지 미치는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후 국내 e스포츠를 태동하게 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도 ‘테란’, ‘저그’, ‘프로토스’ 등 3종족의 전쟁을 배경으로 ‘제임스 레이너’, ‘사라 케리건’ 등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상의 게임들은 단순히 프롤로그 식의 스토리 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게임성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어우러진 결과다.

◆ 단기성과 쳇바퀴 굴리는 국내 게임업계… ‘GotY’ 선정된 적도 없어

넥슨 '서든어택' 아이템 상점의 연예인 캐릭터 상품 리스트 <사진=넥슨 웹사이트 캡처>

반면, 국내 게임들은 아직 이 같은 부분에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게임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넥슨의 서든어택도 양 진영의 대립 배경이 간략하게 제시될 뿐 이렇다 할 스토리 없이 연예인 캐릭터 추가 등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FPS의 특성상 스토리의 중요도가 낮긴 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이끌기 위한 콘텐츠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00년대까지 국내 게임계의 주를 이룬 엔씨소프트의 MMORPG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넥슨과 한게임 등에서 캐시 아이템 판매를 통한 수익성에 집중해 게임 본연의 밸런스를 크게 무너뜨린 것과 달리 월과금제를 유지하며 게임성과 스토리를 강조했지만 유수의 외산 게임들에는 미치지 못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도 스토리라인은 존재하지만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게임성으로 플레이어들이 캐릭터 레벨과 아이템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응해 내놓은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으로 나눠지는 ‘데바’라는 존재와 ‘용족’의 대립으로 스토리를 보강했으나 실제 게임플레이에서는 배경으로 느껴질 뿐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이는 최근 PC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무게중심을 빠르고 옮기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라이트 유저(가볍게 즐기는 사용자)가 유입되면서 이들을 수익원으로 공략하는 데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모바일 게임들은 캐주얼 퍼즐게임을 시작으로 아케이드성이 강한 러닝게임, 영웅 뽑기, 턴제 전략게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비슷한 게임에 IP와 세부 요소만 바꾼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번 흥행한 게임의 방식을 따라가며 모바일 결제를 유도해 단기적 수익만을 추구한 결과다.

실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스토리가 어디 있나” 또는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닌 산업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흥행 공식’을 따라가다 적당한 시기와 IP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목표를 가진 개발자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블리자드를 비롯한 많은 외국 게임 개발사들은 수년간 준비하던 게임 프로젝트를 백지화 하는 일도 다반사다. 게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과감하게 내리는 결정으로 ‘수작’을 내놓지 못할 경우 돌아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국내 게임 시장은 날로 성장하는 반면, 많은 국내 게임사들은 유사한 게임으로 투자 유치와 고비용의 지상파 방송 광고 등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의 게임상(Game of the Year·GotY)’에 국산 게임이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다는 현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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