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팬택빌딩 전경 <사진=김정우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파산 위기에서 돌아온 팬택이 선보인 스마트폰 ‘스카이 IM-100(아임백)’에는 그들이 겪은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팬택빌딩에는 팬택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이후 찾아볼 수 없던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과거 피처폰 시절 삼성·LG 등 대기업 브랜드와 경쟁하던 스카이 브랜드가 신제품 IM-100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지욱 팬택 사장이 '스카이 IM-100'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 제공=팬택>

이날 문지욱 팬택 사장은 “여러분의 ‘앞’이 아닌 ‘옆’으로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다. 과거 ‘벤처신화’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던 팬택이 소비자보다 경쟁사와의 경쟁에 더 신경을 쓴 것이 사실이라는 고백이었다.

문지욱 사장은 이번 스카이 브랜드의 부활에 대해 “상처뿐인 영광을 뒤로한 노병의 모습도, 영웅의 귀환도 아니다”며 “소비자 옆에서 함께 공존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IM-100에서 과거 ‘베가 아이언’ 시리즈 등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프리미엄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프리미엄이 아닌 중가 모델인 만큼 당연할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의 위치를 넘어서기 위해 과하게 꾸며낸 몸짓이 느껴지지 않는 제품이었다.

제품 공개에 앞서 과거 스카이 광고 모델이었던 박기웅의 ‘맷돌춤’이 다시 볼 수 있는 티저 영상을 접할 때까지만 해도 기자는 팬택의 새 스마트폰이 얼마나 ‘소박한’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스톤' 위에 거치된 'IM-100' <사진=김정우 기자>

이날 만난 스카이 IM-100의 첫인상은 ‘무엇인가 많이 담으려 했지만 결정적인 것이 없다’는 이미지였다. 워크아웃까지 겪은 팬택이 인력과 자금 면에서 여유롭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했다.

메탈 가공에 적용되는 공법으로 디자인했다는 플라스틱 외장은 실제 메탈 소재의 제품이 쏟아지는 최근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웠고 무선충전부터 알람, 음악 재생, 무드 램프 등의 기능을 담은 주변기기 ‘스톤’도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팬택의 설명을 듣고 전시된 IM-100을 살펴보면서 서서히 다른 모습이 보였다. 팬택이나 스카이, 통신사 로고마저 찍혀있지 않은 심플한 외관은 단순히 디자인 만족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브랜드보다 제품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었다.

로고 뿐 아니라 최근 주목받은 듀얼카메라나 모듈 기능 등은 커녕 홈버튼 조차 찾아볼 수 없는 IM-100의 특징은 측면과 후면에서 보이는 ‘휠키’에 적용된 색상 포인트 뿐이었다.

휠키 만을 강조한 것은 IM-100의 기능성과도 일치한다. 실제 차별화 요소만 시각적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IM-100이 퀄컴 칩과 코덱 기술로 오디오 성능을 강화한 것 등은 이미 수많은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 요소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가 휠키를 이용해 100단계의 볼륨을 조절하고 동영상 등을 정밀 탐색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은 아이디어를 통한 사용자 경험 차별화다. 여기에 실제로 휠키를 돌려 앱 등을 사용할 수 있는 UI도 준비돼 있다.

블랙 색상의 'IM-100'에 '스톤' 제어 앱이 실행된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오디오와 램프 등이 추가된 무선충전기로만 보였던 스톤도 IM-100과 하나의 ‘상품’이라는 팬택의 설명에 전혀 다른 의미가 부여됐다. 별매품이 아니라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되는 스톤에 적용된 기능은 완전히 새로운 것도 없었지만 경쟁사의 무선충전기가 4만원대에 판매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매력적인 편의장비로 볼 수도 있다.

이상의 요소들은 IM-100을 시장 파괴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매력적인 제품으로 만들었다. 휠키가 강조된 심플한 디자인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며 44만9900원이라는 출고가도 2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시점에서 특별히 저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 430’ 프로세서와 2GB RAM, 3000mAh 용량의 배터리, 무선충전 기능 등 부족함 없는 사양에 스톤까지 따라온다는 점에서는 한번쯤 소비자가 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하다.

팬택은 마케팅에서도 현실적인 ‘집중’을 택했다. 과거 지상파 TV까지 대대적으로 내보냈던 광고는 SNS와 극장광고 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불특정 다수보다는 목표 소비자층을 겨냥하겠다는 팬택의 설명은 제한된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에서 이동통신 3사 중에서도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SK텔레콤과 KT만을 판로로 정했다.

이유는 3사 모두에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인 동시에 수량 면에서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올해 목표 판매량을 30만대 수준으로 잡고 있으며 통신사업자 간 정책 차이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군살’ 없이 담백하게 돌아온 팬택의 전략은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의 직설적이고 실리적인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번 IM-100의 성공이 그 만큼 중요한 것이다.

앞서 팬택이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시장 변화에 맞추는 유동적인 전략을 취하겠다고 설명한 만큼, 첫 제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음주 중 출시될 예정인 IM-100에 대한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참신하다’, ‘응원한다’부터 ‘부족하다’는 평가까지 엇갈리고 있어 향후 실제 판매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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