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데다 업체간 경쟁 심화로 운임마저 낮아진 게 원인이다.

박재붕 경제부장

하지만 유독 국내 대표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더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영진 탓이 컸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두 회사의 오너는 해운업 경험이 전혀 없었고, 전문 경영인들 역시 무능했다는 것이다.

한 때 세계 해운산업을 호령했던 한국 해운산업의 위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선박은 건물과 같이 한 번 만들어 지면 쉽게 해체할 수 없는 것이다. 즉, 내용년수가 족히 20여 년은 되어, 수요의 변화에 공급이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세계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면 선박도 줄어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자유경쟁에 가까운 시장의 특성으로 불황을 맞으면 화물 집화(集貨) 경쟁은 치열해지고 운임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처분이 어렵고,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손실 규모도 크기 때문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기 쉬운 게 해운회사다.

다시말해, 해운업은 배 한 척에 수백억~수천억원하는 큰 설비투자 규모에 비해 고정비 비중이 높은 리스크 산업이면서, 부동산처럼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따르는 경기 민감 업종이다.

결국 해운업은 해운경기 즉 세계경제의 호.불황을 읽을 수 있는 전문적 식견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해운기업은 소위 오너라는 총수가 경영을 좌지우지함으로써 전문가적 식견은 엄정한 경영판단에 밀려왔던 게 사실이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대표 해운사들도 이들 회사를 맡았던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상 오판과 무책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현대상선은 2003년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부인 현정은 회장이, 한진해운은 2006년 조수호 회장 타계 이후 부인 최은영 회장이 각각 최고경영자(CEO)로 나섰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기업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는 것.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정은 회장과 최은영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 했고, 이들 전문경영인들의 경영 오판으로 위기관리와 대응에 실패해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

현대상선의 경우 2010년 이후 대표가 6번이나 바뀔 정도로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이 자주 교체됐다.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경영은 불요했다. 따라서 재임하는 단기간동안 보여주기 식의 경영에만 집착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현재의 고비용 구조를 만들게 한 장기용선계약도 그 당시에 대부분 이뤄졌다.

한진해운의 경우에는 전문 경영인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한진해운은 2009년 외국계 은행 출신의 금융인인 김영민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재무적인 부분을 개선시켜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선임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패착을 낳게 된 결과로 다가왔다.

특히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반짝효과가 나타난 것을 경기회복의 신호로 오판하고, 호황에 대비하겠다는 목적으로 비싼 가격을 주고 선박을 대거 빌리는 악수를 둔 것은 경영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현재 1만3000불 수준이면 충분할 용선료를 3~4만불까지 지불하게 하는 등 유동성 부족 위기 자초한 것. 

이 때문에 2009년 김영민 사장이 취임할 당시 155%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2013년 물러날 때는 1445%에 달하게 됐다. 또한 전체 자산 중 차입금의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 또한 취임 당시 44%에서 퇴임 당시 80%까지 뛰었다.

선복량(선박 적재능력)의 수요와 공급 예측 능력이 경영의 핵심요인인 게 바로 해운회사다. 그러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일부 전문경영인은 경영상 오판과 도덕적 해이로 회사의 경영과 재무상태를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을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이에 국내 대표 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지경까지 만든 경영진에게 가시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고통분담에 대한 보상의 위로감을 조금이나마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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