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가 공개한 팔찌형 스마트폰 컨셉 <사진=레노버 동영상 캡처>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주축으로 세계 정상급으로 부상한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산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뒤쫒기 바빴던 중화권 후발주자들이 프리미엄 및 차세대 제품을 강화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은 가전, 반도체에 이은 우리나라의 효자 산업이다. 그 중심에는 애플을 맹추격하고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다투는 삼성전자나 이를 견제하는 LG전자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이익 6조6800억원의 58%에 해당하는 3조8900억원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나왔을 정도며 올해 3월 애플의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28.8%의 점유율로 1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올랐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끈 주역은 지난 2월 ‘MWC 2016’에서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7’ 시리즈로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2500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갤럭시 S7과 동시에 공개된 LG전자의 ‘G5’가 있다. 판매량 면에서는 선두주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공개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하단을 분리해 기능성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과 듀얼카메라로 갤럭시 S7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아이폰 6s’가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감소를 겪는 등 부진한 가운데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이목은 온통 갤럭시 S7과 G5에 쏠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듀얼카메라를 적용한 화웨이의 ‘P9’부터 샤오미 ‘미5’, 오포 ‘엑스플레이5’, 소니 ‘엑스페리아 X’까지 후발주자들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개가 이어졌지만 이를 뒤집지는 못했다.

삼성과 LG가 각각 갤럭시S7과 G5에서 선보인 경쟁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갤럭시 S7은 전작 ‘갤럭시 S6’부터 강화해온 등 소프트웨어를 통한 사용자 경험과 제품의 조립 완성도 등에서 경쟁 우위를 보였다면 G5는 듀얼카메라와 모듈이라는 하드웨어적인 기획으로 새로움을 선사했다.

갤럭시 S7과 G5가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양은 이제 중화권 후발주자들도 더 저렴한 가격에 갖출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들의 프리미엄 제품군 대부분에 갤럭시 S7의 ‘엑시노스 8890’과 동급 이상, G5와는 동일한 프로세서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이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에는 6GB RAM이 적용되는 등 단순 사양만으로는 추월한 상태다.

삼성과 LG는 아직까지 이들에 비해 브랜드 경쟁력에서는 우위에 있다. 하지만 같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제품으로 경쟁하는 만큼 후발주자들에게도 선두를 따라잡을 소프트웨어 기반이 마련돼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규모와 시장 환경에 따라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하드웨어 사양의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

먼저 하드웨어 측면에서 LG G5가 선보인 모듈화 기능은 바로 레노버에 인수된 모토로라의 ‘모토Z’에 의해 벤치마크 됐다. 후변 모듈 결합부에 사운드 부스트, 빔 프로젝터, 배터리팩 등 3종의 모듈을 결합할 수 있는 ‘모토 모드’를 적용했으며 이들 모듈은 모토Z의 차기 제품에도 호환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모토로라 '모토Z' <사진 제공=레노버>

이 같은 기획은 구글이 2012년부터 진행해온 ‘아라 프로젝트’에서 한발 먼저 시도됐으며 내년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출시될 ‘아라’ 역시 향후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듈 규격화가 적용될 예정이다.

G5의 경우 가장 먼저 모듈 기능을 상용화 했음에도 다소 성급하게 기획된 듯 한 모듈 제품군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향후 지속적인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큰 호응을 받기 어려웠다. 이는 치밀한 기획을 준비한 후발주자들에게 추월을 허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모듈 기능 외에 차세대 스마트폰의 대표적인 변화로 예상되는 부분이 디스플레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자유롭게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기획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수 년 전부터 삼성전자가 ‘벨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온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X(가칭)’이 내년 중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반으로 접으면 스마트폰으로 사용 가능하고 펴면 태블릿이 되는 제품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컨셉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 같은 전망은 삼성전자가 이미 ‘엣지’ 모델에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의 95% 이상(IHS 집계·2015년 3분기)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설과 거의 동시에 중국이 접는 스마트폰 시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선수를 쳤다. 중국 IT기기 사이트 자케에닷컴에 오포의 폴더블 스마트폰 사진이 공개되고 레노버가 팔찌처럼 말아서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오포의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은 가운데 힌지가 있어 접을 수 있는 형태의 태블릿 크기 제품으로 확인됐으며 레노버도 팔찌형 스마트폰 외에 10인치 태블릿을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형태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중국 목시 그룹에서 2018년까지 팔찌형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며 랜더링 이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직 OLED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하이 그룹의 일본 샤프 인수 등 중국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감안하면 이들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개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드웨어 대비 경쟁 우위가 뚜렷한 부분은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삼성페이’가 세계 시장에서 ‘애플페이’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꾸준히 사용자를 늘리고 있고 보안 솔루션 ‘녹스’ 등도 업계에서 평가가 좋은 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전자 역시 ‘LG페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페이' 사용 이미지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 같은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스마트폰 제품 구매에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삼성페이는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으며 중국, 유럽 등으로 꾸준히 서비스 지역을 늘리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바이두, 텐센트 등의 ‘IT 공룡’들을 배출한 중국이 추격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중국에 앞서있다고 자부했던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잇따른 개발자 유출로 중국에 기술 우위를 넘겨줬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좋은 선례다. 이는 자본력 뿐 아니라 이공계 출신 등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중국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소프트웨어가 소비자들에게 유효한 이유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자체적인 사용자 경험도 제공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갤럭시 S7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이유도 안정적인 품질의 하드웨어와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팀쿡 애플 CEO가 ‘아이폰7’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생각도 못한 기능’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사용자 경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이 같은 기능의 구현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다.

애플은 부품 공급부터 제품 제조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외주에 맡기면서도 높은 물리적 완성도를 유지하고 여기에 유용한 ‘혁신 기능’을 담아냄으로써 지금의 브랜드 영향력을 갖추게 됐다.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유지해야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의 좋은 예다.

정리하면 디자인, 소재 등의 물리적인 부분부터 소프트웨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소비자 감성을 만족시키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점한 입장에서 가장 유효한 공략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예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가전, 자동차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부품 경쟁력 향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완제품(세트) 시장에서 제품 기획 등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지더라도 프로세서와 메모리에 사용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후발 업체들에 대한 공급을 주도하면 일본 기업들이 그래온 것처럼 부품 산업 경쟁력을 좋은 먹거리로 삼을 수 있다.

최근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고 샤오미가 MS(마이크로소프트)의 특허를 대량으로 인수하는 등 중국계 기업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진출 본격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는 이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대비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며 차별화 전략을 선택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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