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 '시리' 프레젠테이션 이미지 <사진=WWDC 영상 캡처>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IT업계의 올해 화두는 단연 가상비서 서비스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자연어 처리 등의 능력을 부여한 비서가 스마트폰부터 PC까지 들어오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애플이 개최한 연례 개발자회의 ‘WWDC 2016’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주인공도 가상비서인 ‘시리’였다. 그 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만 탑재되던 시리가 ‘맥’ 등 컴퓨터와 ‘애플tv’까지 적용되고 타사의 개발자들이 시리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SDK(소프트웨어 개발 킷)가 공개된 것이다.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시리는 스마트폰용 가상비서 서비스의 선두주자였지만 최근 구글, 아마존, MS(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경쟁 격화로 존재감이 엷어지고 있었다.

아마존은 자사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해 우버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되도록 했으며 구글 역시 올해 개발자회의를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메시징 서비스 ‘알로’부터 조명 등의 집안 기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에까지 적용했다.

이번 WWDC에서 애플은 모바일용 운영체제(OS)인 ‘iOS’ 외에도 ‘맥OS’, ‘tvOS’까지 시리의 적용 범위를 넓혀 이 같은 경쟁에 대응하고자 했다. 또한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API를 포함하는 SDK ‘시리 킷’을 공개해 시리가 타사의 앱까지 다양한 형태로 태어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

이에 많은 매체들은 애플의 이번 행보가 그간의 ‘폐쇄 정책’을 깬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정책을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자사의 폐쇄적인 OS를 기반으로 한다는 넓은 의미의 울타리는 유지된다. 따라서 시리의 활용성을 높이면서 아이폰, 맥, ‘애플tv’ 등의 자사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시리가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한 부분으로 꼽히던 것이 애플의 ‘사생활보호정책’과 ‘폐쇄성’이다.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제한하는 사생활보호정책은 애플의 제품을 찾는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부분으로 애플의 대표적인 브랜드 전략의 하나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는 다소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머신러닝(기계학습)’, ‘딥러닝’ 등 최근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방법론들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에 다량의 정보를 제공해 인공지능이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패턴 등을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해가는 방식을 취한다.

즉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자가 학습에 유리한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반복 학습을 통해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원리다.

이 부분에서 애플은 구글과 반대편에 서 있다. 검색엔진의 제왕으로 불리는 구글이 전 세계 사용자들의 검색, 위치 정보 등을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해 인공지능의 ‘먹이’로 활용하는 반면, 애플은 인공지능의 행동 알고리즘을 철저하게 구축하고 개별 사용자의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윈도우’ 정책으로 모바일 기기부터 PC까지 ‘윈도우 10’의 확산에 나선 MS의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나 SNS로 방대한 사용자 행동 패턴 정보를 수집하는 페이스북의 ‘M’ 등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도 모두 데이터 확보를 통한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 MS가 ‘비즈니스계의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링크드인’을 261억달러(약 30조원)라는 거액에 인수한 것도 링크드인의 방대한 소셜데이터를 코타나에 학습시키고 모바일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플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생활 차별화’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패턴 등을 수집하지만 개개인을 추적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애플은 이를 소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험한 적은 있지만 수억명에 달하는 아이폰 사용자들까지 활용하는 시도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사생활차별화전략은 구글 등의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한 인공지능 개발 조건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여전히 머신러닝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좀 더 치밀한 알고리즘 개발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최적화 등으로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이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칠희 삼성종합기술원장은 “휴대전화와 인공지능의 결합이나 인공지능 칩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삼성은 지난해 가정용 로봇 개발 스타트업 지보에 2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비카리우스에도 약 234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