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양면성을 그린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역할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미 많은 직업군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로봇이 사람의 기존 역할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어디에 있으며 이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 실제로 인공지능은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함께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공포심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알파고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은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인간의 ‘직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바둑이라는 게임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고 있던 가치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이후 많은 언론 매체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직업군과 그 가능성이 낮은 직업군을 다루는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진의 분석 모형을 활용해 발표한 내용도 그 중 하나다. 여기서는 조세행정사무원, 경리사무원, 택배원, 주유원, 부동산 중개인 등 반복적이고 사람과의 소통이 적은 직업이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고 화가, 작가, 연주자, 디자이너, 감독, 초등학교 교사 등은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이론(異論)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복잡하고 정교한, 나아가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군마저 로봇이 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AP통신, 블룸버그, LA타임스 등 유력 외신들은 인공지능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일부 매체에서도 로봇 기자를 활용해 ‘사람이 쓴 기사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보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글쓰기’가 사람의 고유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한 로봇 변호사 ‘로스’를 파산 사건 전문 변호사로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을 이해하고 질문에 대한 가설을 추론할 수 있는 로스는 각종 법률 데이터와 관련 판례를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해 변호사의 담당 사건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제공한다.

당장 인공지능의 도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금융업계로 상품설계, 투자상담, 분석 등의 기존 역할을 인공지능 로봇에게 맡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증권은 금융공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투자 성향을 분석하고 자산관리를 해 주는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랩어카운트(개인자산관리계좌) 상품의 판매를 시작했으며 현재 이를 도입한 증권사는 10여개로 늘어났다. 아직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성 효과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지만 그 결과에 따라 수많은 금융 종사자들의 직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예술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구글은 지난 1일 음악·미술 등 예술작품 창작 인공지능 개발 계획 ‘마젠타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그 첫 결과물로 머신러닝으로 만들어진 80초짜리 피아노곡을 발표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도입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짐에 따라 사람들의 기존 직업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앞서 제46차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무인자동차 등의 기술 발전으로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전 세계 일자리 중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에게 직업을 빼앗길 가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도 무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단 실제로 인공지능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맡은 역할을 처리할 수 있는지와 그 의미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인공지능의 ‘자리’와 우리의 ‘고민’

한 컴퓨터 공학자의 일화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인공지능 또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세기 초 산업혁명 당시 방적기계에 자신의 역할을 빼앗길 것에 반발한 숙련공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 이후에도 컴퓨터의 첫 발명, 체스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처음 이겼을 때, 인터넷의 대중화와 머신러닝이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 등 각 기술 발전 단계마다 ‘기계의 인간 역할 대체론’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의 눈부신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빅데이터’의 활용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서 수집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비약적으로 발전한 컴퓨팅 파워로 분석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머신러닝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 또한 ‘인공지능 붐’을 조성했을 뿐 인간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내놓는다. 현대 과학 발전의 근간인 물리주의가 만능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물리주의에서는 인간을 물리적인 구성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고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로 이를 똑같이 구현하면 결국 인간과 같은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이는 ‘정신’과 ‘마음’까지 신경의 전기 작용 따위의 물리 현상으로 쪼개서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즉 만약 물리주의 과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인간을 ‘모사’한 복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반대의 경우, 물리적으로 인간과 완전히 같은 구조와 작용을 가능하게 만들어진 로봇을 ‘인간’으로 불러야 할 수도 있다.

이를 철학적 고민으로 국한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어떻게든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지내거나 도구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만약 ‘나와 똑같이’ 만들어진 로봇이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이에 맞서거나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공상과학 소설 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KAIST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 제공=구글>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우려는 지나치게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구글이 미래에 인공지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킬 스위치’를 만들고 있는 것과 같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기계의 기능 발전으로 변화될 우리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반응은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기 힘든 작업이나 지겨운 일들의 자동화를 가져오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 바 있다.

계산기, 컴퓨터 등의 상용화로 우리는 더 이상 단순 숫자 계산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손 안에서 많은 업무와 정보를 처리할 수 있으며 검색 기능이 발달한 가까운 미래에는 단순 지식 등을 암기할 필요성도 사라지다시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재 인간의 역량을 더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돼 인류 전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키우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반면,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것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의 업무를 대신함에 따라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다른 직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기사를 쓰는 기자의 경우, 사실에 대한 빠른 보도와 수치 분석 등을 기계에 맡기게 되면 ‘사람의 관점’에서 본 상품의 평가, 정치·사회적 흐름에 대한 분석, 문학적 가치를 지닌 콘텐츠 생산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 같은 시대의 변화는 인공지능 로봇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이 위축된 것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개인들은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변화가 가져올 ‘진통’을 최소화 하고 향후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데 충분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고용·노동 제도를 정비해 대량 실업자 발생 따위의 사태를 막고 정보화기술의 보편화로 인한 정보 보안, 안전, 법적 분쟁 등의 문제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국가가 기술 발전에 따라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에만 치우쳐 사회적 안녕을 지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인류를 풍족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기술 발전의 기본 취지와도 맞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물질·경제적 풍요를 ‘행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생존에만 매달리게 되는 사회의 ‘기계화’마저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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