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과 인터넷뱅킹 확대 등으로 은행권의 채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올 상반기 대졸 공채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채용일정과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은 올 상반기에 대졸 공채를 실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하반기 대졸 공채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 대졸 채용은 진행하지 않았고 오는 9월 대졸 채용을 실시한다는 일정만 잡혀있다.

예년 같으면 대략적이나마 은행권의 하반기 공채일정과 규모가 대략적이나마 나와야 하지만 올해는 해운·조선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인한 실적 우려와 머지않아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금융 노사간 갈등 등으로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올 1분기 순이자마진이 1.55%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해도 실적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특히 NH농협은행은 하반기 채용규모를 두고 고민이 많다. 농협은행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양대 국책은행에 이어 조선·해운업 여신이 세번째로 많다. 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 삼성중공업 등 3개 대형 조선사 여신 규모가 5조7047억원에 이른다.

충당금 적립 부담에 2분기에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에 신규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특성화고 50명을 포함해 294명을 뽑았지만 올 상반기에는 채용을 진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구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310명을 채용한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구 외환은행과 구 하나은행이 합해지면서 지점 통폐합 등으로 유휴 인력이 생기는데다 지난해엔 통합 1기라는 점을 고려해 많은 인원을 채용한 만큼 올 하반기엔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에 대졸 공채는 실시하지 않고 특성화고 70명과 경력단절여성 85명 등만 총 155명을 뽑았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채용한 신입 행원들이 지난달 지점에 배치돼 올해는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하반기 대졸 채용 규모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올 상반기에 고졸 대상의 개인금융서비스직군 공채만 진행해 140명을 뽑았는데 이는 지난해 160명보다 20명 감소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채용규모를 놓고 금융당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올해 대졸 공채 규모는 지난해 200명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낮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호봉제에 따라 매년 올라가는 대졸 초임 등에 따라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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