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엑스포 VR산업협회 부스에서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는 한 어린 관람객 <사진=김정우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주말,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는 더위를 잊고 가상현실로 떠난 이들로 넘쳐났다. 지난 19일 개막한 게임 전시회 ‘플레이엑스포(PlayX4)’ 현장이 주말 나들이객들의 피서지가 된 것.

경기도가 주최해온 수도권 최대 게임쇼 ‘굿게임쇼 코리아’가 이름을 바꾸고 새로 태어난 플레이엑스포는 ‘eXciting’, ‘eXperience’, ‘eXcellent’, ‘eXpert’의 4가지 가치를 담은 ‘체험형 미래 게임 전시회’를 표방한다.

경기도는 플레이엑스포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체감형 게임, 기능성 게임 등 게임산업을 선도하는 신기술을 전시·체험할 수 있는 국제 규모의 차세대 융·복합 게임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함께 킨텍스가 새로운 전시회 주관 기관으로 참여했으며 전시장 규모도 지난해 1개 홀에서 2개 홀로, 수출상담회 규모도 2배로 확대됐다.

플레이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킨텍스 전경

‘체험형 전시회’라는 주제에 걸맞게 이번 플레이엑스포는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크게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회 ▲국내 게임 개발사 수출상담회 ▲기술 및 이슈 콘퍼런스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19~20일 진행된 비즈니스데이에 이어 주말인 21~22일 본격적으로 몰려든 일반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축제의 장이 됐다.

행사가 열리는 킨텍스 제1전시장 1·2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MSI, 인텔, 샌디스크 등의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들의 부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며 그래픽카드 등의 하드웨어 성능을 테스트해보고 장비를 구매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V낸드 SSD 메모리가 전시된 부스도 소규모로 들어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MSI 부스에서 게이밍 기어들을 사용해보는 관람객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양쪽으로 대형 게임사 부스와 많은 중소업체들의 부스가 펼쳐진다.

게임 전시회임에도 국내 대형 게임사로는 넷마블, 웹젠, 드래곤플라이 정도만 참가해 다양한 국산 게임을 접하고 싶은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들 부스는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와 함께 흥행가도를 달리는 넷마블의 ‘마블 퓨처파이트’와 ‘세븐나이츠’를 비롯해 웹젠의 출시예정 신작 ‘뮤 레전드’, ‘더 비스트’ 등을 플레이해보려는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넷마블 부스에서 사진을 찍고있는 가족 관람객

특히 넷마블 부스에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대형 피규어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고 드래곤플라이 부스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스페셜포스VR’을 플레이하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웹젠의 부스에 길게 늘어선 줄에는 유독 젊은 남녀 관람객들이 눈에 띠었다.

웹젠 부스의 모바일 신작 '더 비스트'를 플레이하는 여성 관람객

이번 플레이엑스포가 여타 IT 전시회 등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중소 업체들의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VR산업협회 부스에 함께 참가한 5개 업체들의 체험형 게임존 뿐 아니라 다양한 중소 업체들이 VR 체험 기기들을 앞세워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들 체험존이 점심시간 등으로 쉴 때에도 관람객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체험기기를 플레이하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피엔아이시스템의 VR 콘텐츠 체험을 위해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

이번 플레이엑스포의 VR 체험에 화룡점정을 찍은 곳은 소니 부스다. 일반 부스 100개를 합쳐놓은 이번 전시회 최대 규모로 참가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VR’ 체험존을 대규모로 배치해 마치 소니를 위한 전시회 같은 느낌마저 줬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VR' 체험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관람객들

여유 있게 준비된 체험 부스 수에도 플레이스테이션VR 체험을 원하는 관람객들을 구름처럼 몰렸으며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과 코스튬플레이 모델들을 촬영하는 이들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VR' 체험존의 관람객들

이 밖에도 플레이엑스포는 행사 기간 동안 중국 바이두등 8개 기업이 준비한 게임 및 캐릭터 피규어 전시, ‘보드게임 대회’, ‘보글보글’ 등 추억의 오락실 게임, ‘앵그리 더 무비’와 FIFA 대학생 리그전, 게임단 팬 미팅 등 다양한 행사가 폭 넓은 연령대의 관람객들을 만족시켰다.

22일 열린 '레트로 게임장터' 광경

경기도는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약 10만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10만명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일요일인 22일이 약간 더 붐비는 느낌이었지만 주말 내내 행사장은 활기를 잃지 않는 분위기였다.

기가바이트 부스 앞에서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있는 모델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이미 부산에서 대표적인 게임 행사로 자리 잡은 ‘지스타’와 비교할 때 플레이엑스포는 ‘지역 축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규모였다.

이는 지스타가 개최되는 부산 벡스코와 달리 킨텍스는 대도시(서울)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진출입로도 제한적이다. 뿐만 아니라 숙박, 음식 등의 주변 시설도 충분치 않아 국제적 행사를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시설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킨텍스는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대화역, 합정, 판교를 오가는 셔틀버스까지 운영했지만 행사 마감 시간에 셔틀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북적임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플레이엑스포 관람객들이 인근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또 ‘게임쇼’임에도 참여한 국내 게임업체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행사의 맥을 빠지게 한다. 때문에 그나마 참가한 업체들도 지자체 등과의 관계성을 고려해 ‘체면 차려주기’ 용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VR이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충분한 흥밋거리를 제공해 좋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핵심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게임 업계의 본격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행사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최 측인 경기도가 관련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지 지스타가 부산 지역 경제에 힘이 되고 있는 것을 보고 충분한 협의 없이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자세로 임한다면 ‘국제 규모의’ 행사라는 목표는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수 있다.

이번 플레이엑스포는 22일 오후 6시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