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5년만에 제조·판매업체 중 처음으로 사과와 함께 보상계획을 발표했지만 피해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발표 당일부터 "피해자 아닌 검찰에 한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피해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피해자들은 "5년 동안 단 한번도 만나주지 않다가 갑자기 웬 사과냐"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해당 업체들은 살인으로 구속기소를 원한다"고 했다.

◇이마트·홈플러스 "아직 인과관계 규명도 안 됐는데..."

이어 롯데마트는 민사소송에서 제기한 '조정안 이의신청'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24일 "금액이 많다거나 피해회복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며 "조정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된 보상기준 수립이 어려워 우선 이의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피해보상전담팀을 구성했다. 검찰수사종결 후 바로 보상협의와 함께 지급을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마트의 사과와 보상에 대해 피해자들의 '진정성 없다'는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롯데마트의 사과에 대해 "뜬금없다"며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업체가 검찰수사 한다니까 사과에 나섰다"고 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앞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도 업체측 변호인을 통해 인과관계 언급할 때 자신들의 제품이 원인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업체들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도 어떻게 그렇게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대응할 수 있는지 너무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롯데마트에 이어 곧바로 홈플러스도 "대단히 죄송하다. 검찰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며 "검찰수사가 마치는 대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옥시를 비롯,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과는 민사소송을 통해 일부 합의 조정 중인 피해자들은 "재판 합의 조정 과정에서 업체들은 마지못해 대응하는 태도다. 죄송하다는 말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진행된 업체들의 합의조정이라는 것도 교통사고 나면 사망인 사람 얼마, 살아 있는 사람은 합의금이 얼마 제시됐으니 조정하라는 식이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마트 등 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혀졌거나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적극적인 대응 등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보상하겠다고 밝힌 홈플러스도 "안타깝지만 저희는 검찰 판단과 결과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죄송스럽고, 그렇지만 인과관계는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 건 그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마트는 "2014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결과 폐손상에 대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중 P계열이다. 저희 PB는 애경제품인데 성분이 다른 C계열"이라며 "그래서 당시 불기소처분됐다. 사태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습기 살균제 화학원료는 PHMG와 PHG, CMIT, MIT 등 4종이 사용됐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결과 폐손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확인한 물질은 PHMG 등 P계열이다.

◇피해자들, "롯데마트 등 업체들 검찰수사 전 단 한번도 못봐... 무대응 일관"

피해자들은 "저희로서는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지난 5년간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했다"며 "손해배상소송, 형사고발, 전국을 돌며 대형마트 앞에서 시위 등 그렇게 많은 활동 중 단 한번도 책임자를 못 만났다. 본 건 공식 석상인 2012년 국감 때 홈플러스와 옥시 대표 참고인 증언 때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토록 많은 피해자를 내놓고도 미적지근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바라는 것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해당 업체들을 살인으로 구속기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트 3사 모두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돼 있다.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PB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이마트 PB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가 해당된다.

한편 25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소비자단체협의회 37개 단체는 "사망자 70% 이상을 발생시켰고 제품 독성을 알고서도 생산, 유통한 데다 판매 초기 피해신고가 잇따랐는데도 무시했다"며 "피해 확인 연구결과를 은폐하고 조작하기까지 했다"며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사망 등 피해가 발생한 가습제 살균제는 14종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제품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다.

◇피해자들, "3차 조사도 공소시효 다급... 정부 덮으려고만 해"

피해자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죄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아주 다급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3차 조사를 2018년 12월까지 마무리짓겠다고 한다"며 "업체들도 그렇지만 정부가 더 문제다. 안일하다. 이번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다"고 했다.

해당 사건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지난해 4월 환경보건센터로 지정된 서울아산병원을 통해 3차 접수한 752명 등에 대해 조사와 판정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재 몸 상태가 아니라 당시 몸이 아파서 갔던 병원진료기록이 굉장히 중요한데 신청자 개개인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이같은 서류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3차 신청자에 대한 조사는 당초 2018년보다 앞당겨 2017년말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환경부는 피해조사 4차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다음달 중 관련 고시를 개정한다. 접수는 신청서와 함께 진료기록부, X-Ray, CT 등 의료기관의 진단자료를 준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 신청한다.

서울아산병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모니터링 등을 통해 폐 이외 건강피해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분야에 대해 진단 판정기준이 마련될 경우 지원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피해자 보상과 지원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조사 판정위원회) 폐질환 인과관계 조사 후 환경보건위원회 심의에 따라 질환이 인정되면 단계에 따라 지급해왔다.

정부는 2014~2015년 1, 2차 조사를 통해 피해자로 인정한 221명 중 지원금을 신청한 203명에 대해 의료비와 장례비(233만~238만원) 등으로 37억5000만원 가량 지급했다. 지원금 대상은 정부 판단 기준 폐질환 단계상 거의확실이나 가능성높음으로 판정된 경우다.

정부 지원금 등을 위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단계는 거의확실·가능성높음·가능성낮음·가능성 거의없음 4단계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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