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경제 위기론을 둘러싼 논란이 정작 재계와 정부측의 '네탓'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실속없는 논쟁으로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 위기론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확산되면서 논란을 빚고있다.
'이대로 가면 5~6년뒤 위기가 온다',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는 위기론은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또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위태위태해 보인다'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 재계에서 잇따라 우려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증폭됐다.
 
여기에 민간연구기관들이 우리경제의 위기국면을 진단하고 나서면서 샌드위치, 넛크래커(호두까기) 신세라는 경제위기론이 커졌다.
산업계는 절박한 위기감의 표현이라며 기업들이 경제위기 경고에 맞춰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런가운데 한국 경제가 일본과 중국에 끼었다는 이른바 ‘샌드위치’ 상황이 오히려 한국에겐 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대학 강연자로 나서 “샌드위치 위기론, 특히 중국 위협론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지난 1월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처음 제기해 이슈화된 이론으로서, 정 소장의 주장은 그룹 회장의 판단을 그룹의 싱크탱크인 경제연구소장이 정면 뒤집는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정 소장은 강연에서 “최근 한국경제의 부진은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적인 환율상의 문제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며 “엔화의 과도한 약세 및 위안화의 평가 절상 지연 등 환율 부조화가 현재 한국의 경제 성장과 무역에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도 “중국이 기술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소장은 또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난 15년간 중국의 성장은 한국에게 유리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중국의 성장으로 피해를 보는 나라는 한국과 같은 나라가 아니라, 중국에 투자를 빼앗긴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 국가”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은 여전히 기술력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지만 재정 적자가 누적되는 등 현 수준 이상의 활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일본의 정치 시스템적 결함은 일본이 경제 규모에 걸맞는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열린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소장은 “설사 아무리 위기가 와도 내부 경쟁력이 있으면 걱정할 게 없다”면서 “앞으로 정부와 기업 모두 더 개방하고 더 경쟁을 촉진하며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소장은 정부가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추진해야할 시급한 방안으로서 △감세를 통한 내수 진작 △금융산업 등에 대한 규제 빅뱅을 통한 민간의 자율 확대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서울의 글로벌화 △교육혁신을 통한 인적자원의 수월성 달성 △법과 질서를 통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등을 꼽았다.
 
한편 삼성그룹은  전자 계열사의 실적부진과 구조조정으로 불거진 ‘위기설’에 대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그룹 전략기획실은 26일 자체 집계한 올 상반기 그룹 실적을 공개하며 “메모리 반도체와 피디피(PDP) 패널 등 일부 전자 쪽 사업을 빼곤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며 위기설을 적극 해명했다. 전체 그룹 매출은 90조원(국외 포함)으로 지난해 상반기(83조원)보다 8%, 세전 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2000억원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의 세전 이익이 지난해보다 6천억원 가량 줄었지만, 금융 및 중화학·서비스 계열사들의 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60%와 85% 급증한 것으로 삼성 쪽은 집계했다.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은 올 상반기에 창사 이후 최고 실적으로 냈다”며 “그룹 전체로 보면 안정적인 이익창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올해 연간 투자 규모는 14~15조원으로 지난해의 13조5000억원보다 조금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 투자 축소 우려를 일축했다.
 
삼성의 이런 대응은, 일부 계열사의 실적부진이 실제 이상으로 증폭되는 바람에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시장에도 오해를 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에 이어, 문책성 임원 인사까지 단행되자 내부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다. 그룹의 또다른 고위 임원은 “일부 사업의 실적악화가 과잉 해석돼 삼성 내부는 물론 외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추스리기가 자칫 내부 동요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인력 감축과 관련해 “일부 사업부의 얘기이며 그룹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하반기 신규 채용은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창용 기자>creator20@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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